벨기에 최대 금융그룹 포르티스의 구제안은 원점으로 돌아갔고 유럽 최대은행 대부분은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 신세로 전락한 것.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포르티스의 주주총회에서 네덜란드와 벨기에 내 사업부문을 각 정부에 매각하는 안건이 부결, 국유화 이후 프랑스의 BNP파리바에 매각하려던 계획도 자동 무산됐다.
BNP파리바는 주총에 앞서 "주주들의 동의가 없으면 인수에서 손을 떼겠다"고 못박아 포르티스 구제안은 사실상 백지상태로 돌아갔다고 신문은 전했다.
벨기에 정부는 상정안이 부결됐다는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구제안이 시급한 가운데 시간을 끌수록 국내외의 금융권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방공공단체에 자금을 대고 있는 또 다른 대형은행 덱시아 역시 지난해 30억유로(약 5조4120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 벨기에 정부의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세계 부유층의 자금관리를 도맡고 있는 스위스 금융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크레디트스위스는 11일 투자은행 부문의 대거 손실로 지난해 82억스위스프랑(약 9조8800억원)의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다고 발표했다.
이는 UBS의 실적발표 직후 나온 것이라 충격을 더했다. 전날 UBS는 작년 4·4분기에 81억스위스프랑의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기 침체가 심각한 영국 금융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 관리 하에 들어간 RBS는 2008년도에 70억~80억파운드(약 14조~16조원)의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 2007년 ABN암로 인수와 관련된 자산을 재평가하면 손실은 200억파운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금융 위기가 또 한차례 유럽 지역에 엄습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완화정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란은행(BOE) 역시 강하게 공감하고 있다.
머빈 킹 BOE 총재는 11일 "추가 금융완화정책의 일환으로 통화량을 늘리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해 이르면 3월 회의 이후 도입할 의향을 내비쳤다.
다만 ECB는 추가 금리인하에도 경기회복 조짐이 없을 경우에만 양적완화정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한국은행은 11일자 '해외경제포커스'에서 분석하고 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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