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직칼럼] 위기는 '면죄부'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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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의 수장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인증청문회 3일 만에 전격 취임했다. 우리 경제의 위급상황 만큼 초스피드 임명이다. 갈수록 짙게 드리워지는 불황 그늘을 불안해하는 국민들로서는 사뭇 기대가 크다.


윤장관은 취임 회견에서 올 경제성장률과 일자리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수정하는 파격을 보였다. 3% 내외이던 성장률 전망을 무려 5%포인트 낮춰 마이너스 2%로, 10만개를 예상했던 신규 취업자수는 30만개를 줄여 마이너스 20만개로 잡았다.

이전 경제팀에서는 볼 수 없던 모습이다. 윤장관은 "스스로 마이너스를 얘기하는 것은 마음이 부담스럽고 무겁지만 정부가 시장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첫 걸음은 정직성을 갖는 것"이라며 "정직하게 말하고 진정성 있게 소통하고 이해를 구해 서로 손을 잡고 지혜를 모아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취임사에서 "끝내지도 못할 일을 이것저것 쏟아내서는 안 된다"며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강도로, 필요한 부문에 시행될 때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기침체를 하루아침에 정상궤도로 올려놓을 요술방망이는 없다"고 지적한 뒤 "정책과정에서 소통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결정된 정책은 일관성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장밋빛 정책을 쏟아내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정부 정책이 '요술방망이'는 될 수 없다는 것은 현재의 위기상황이 정책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시작부터 시인한 셈이다.


일단 1기 경제팀과는 다른 진솔한 모습이다. 뒤늦게 선회하기는 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의 고성장 목표에 묶여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인위적인 정책을 펼쳤던 것에서는 벗어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솔직함과 객관성을 기반으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논리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윤장관이 제시한 경제운용방향을 보면 1기 경제팀과 크게 새로운 것이 없어 보인다. 정책의 일관성은 필요하지만 현장에서 외면당한 정책들이 다시 겉모습만 포장돼 재연될지 우려가 앞서는 대목이다.


윤장관은 또 내수 진작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최우선을 두겠다고 말하고 금융기능 정상화에 대해서는 기업 구조조정이 채권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적기에, 실효성 있게 이루어지도록 뒷받침하겠다며 자본확충펀드로 금융기관의 자본건전성을 지원하되 필요한 경우는 선제적인 자본 투입과 신속한 부실채권 정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기반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신빈곤층 등 서민생활 안정과 제조업 버금가는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강조해 대외 의존도가 높아 외풍에 쉽게 흔들리는 경제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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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가들은 윤증현경제팀이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범하지만 국내외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고 지적한다. 수출은 최악 수준으로 급감했고 내수도 주저앉았으며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 또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제부터는 과감한 결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국제사회도 너나없이 초대형 부양책을 서두르는데 우리도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관치'가 우려되지만 우선은 경제가 더 이상 추락하지 않도록 버팀목을 받쳐야 한다. 이는 속도와 신뢰와 치밀하고 정확한 정책 집행이다.


우리는 정책이 실기하면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번번이 기회를 놓쳐왔다. 또 국민들이 정책을 믿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실효를 거둘 수 없음을 이미 경험했다. 특히 정책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엇박자를 보인다면 민심이 등을 돌린다는 것도 알고 있다. 새로 출범하는 윤증현호가 이미 간파했을 일이다. 역설적이지만 최악의 상황은 성과를 조기에 가시화할 수 있고 일종의 '면죄부'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이 공감하는 처방전이 나왔다면 흔들리지 말고 초심에서 정직하게 펼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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