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사람의 이유 있는 사퇴가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람은 진퇴를 분명히 해야 하는데 고뇌 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신의 위치에서 자멸하거나 퇴출되기 십상이다.
사고의 혼돈을 겪으면서 밀어내려는 압력에 대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리에 연연하면 자신도 모른 채 여름 볕의 아이스크림처럼 내면의 고통도 존재가치도 사라져 버리고 말 수 있다.
촛불집회 재판 중 야간집회를 금지한 법률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던 젊은 판사가 사직서를 냈다. 그는 "더 가진 사람에게 더 주려는 이명박 대통령과 덜 가지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나의 평소 생각이 맞지 않아 더 이상 공직에 있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며 법원을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와 관련한 재판 도중 "개인적으로 법복을 입고 있지 않다면 저도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입장에서…"라고 고심을 내비쳐 보수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는데 위헌심판제청이후 사건 배당 등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었다고 말해 법원 내부에 드러나지 않은 손이 있음을 암시했다.
또 한 사람은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한갓 쓸데없는 사치품 정도로 생각하는 왜곡된 실용정신, 그러한 거대한 공권력 앞에서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기보다 짐이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에 떠난다"는 이동걸 전 금융연구원장이다. 그는 이임사에서 '정부가 경제성장률 예측치마저도 정치변수화'하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이 현 정부처럼 이념화된 적도 흔치 않았다고 정부의 압력에 대한 지식인 집단의 고뇌를 표현했다.
금융연구원은 정부 지분 없이 은행들의 출자로 설립된 민간 연구기관으로 엄밀히 말하면 정부의 인사권으로부터 자유로운 기관이다. 그럼에도 현 정권은 금융연구원에 맞춤연구를 강요했고 '싱크탱크가 아니라 마우스탱크' 정도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4대강 정비사업의 대운하사업 위장 논란이나 경인운하의 경제적 타당성을 제시한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 등 여러 연구원 보고서에 대한 신빙성 의문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구기관들이 정부 입맛에 길들여진다면 정부 정책 목표에 따라 결과가 왜곡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임기제 위원을 해촉한 경우도 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주경복 사학분쟁조정위원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돼 신뢰성을 잃었다는 이유로 전격 해촉했다. 교육단체들은 정부 스스로 법과 원칙도 어기고 있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기구인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 교육과학기술부가 관여할 수 없는데도 대통령에게 해촉을 건의한 것은 월권이며 정부와 생각이 다른 위원을 몰아내기 위한 처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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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의 사퇴 외압은 고위공무원과 공기업ㆍ정부산하기관 임원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물론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 새 인물을 구해 일신하겠다는 것도 일면 잘못된 구상은 아니나 일거에 많은 인물을 교체하려다 보니 아직도 일부는 기관장을 구하지 못하고 심지어 공직에도 빈자리가 있을 정도이다. 자연히 자격시비가 야기될 수 있고 업무에 공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자기 사람'으로의 무리한 인적 교체가 혼란을 불러오는 것이다.
리더십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정관정요를 보면 당 태종의 인재관을 엿볼 수 있다. 당 태종은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은 오로지 재능을 잘 헤아려 관직을 주는 것'이고 나라의 흥망은 군주와 신하의 공동 책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사기엔 '천 마리의 양가죽은 한 마리 여우 겨드랑이 가죽만 못하다'고 나와 있다. 이는 천 명의 아부가 한 사람의 직언보다 못하다는 것으로 내몰려 공직을 떠나는 이들이 있는 세태에 시사하는 바가 커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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