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신년기획] 돈이 돌아야 내수가 산다
소극·방어적 조치서 탈피.. 적극적인 경기부양책 절실
美·英·佛 등 시행 즉시 효과내는 선진사례 벤치마킹을


미국발 금융 위기 사태로 세계 실물 경기가 심각한 침체 수렁에 빠진 가운데 국가마다 경기 부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대미문의 실물 경기 침체 앞에서 국가마다 쓸 수 있는 경제 부양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위기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응급 조치적인 감세(減稅) 정책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일단 초단기적인 대책인 감세 정책으로 소비를 촉진시키고, 기업의 생산 수요를 유발시키자는 의도다.

대부분 한시적인 감세 정책을 선호하고 있지만 국가에 따라 기본적인 납세 부담 완화를 통해 소비와 생산을 유발하는 장기적인 경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감세의 제1 목적은 세금 환급, 세금 감면을 통해 얼어붙은 소비를 촉진시키는 것. 또한 시장 상황 악화와 자금난으로 자생력마저 위협받고 있는 기업들에게 감세를 통한 가격경쟁력 제고와 투자여력 확대에 기여한다.
 
감세 정책의 효과는 얼마나 빨리 적용하고 집행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미국과 유럽 등은 감세정책 발표이후 즉시 시행으로 그 효과를 배증시키고 있지만, 한국은 해를 넘기면서까지 정치권의 반대로 집행이 늦어지면서 사실상 그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감세냐 재정지출 확대냐, 논란 여전
내수 경기를 살릴 수 있는 최적의 정부 정책이 과연 무엇인가를 두고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논쟁은 수십 년째 현재 진행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1970년부터 2007년까지의 41개 회원국 재정 정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정책을 병행할 경우 단독으로 실시했을 때보다 경기 부양 정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두 정책을 비교했을 땐 감세가 재정지출 확대 정책보다 효과적이라는 결과도 나왔다. 경기 침체기 해당 연도와 1년 전후 즉, 단기적으로는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병행한 경우가 경기 부양에 더 효과적이었으나 중장기적 관점으로 1~4년 후 평균치를 따져봤을 땐 감세 정책만 시행했을 경우 정책 효과가 더 뛰어났다는 내용이다.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도 "높은 법인세율은 기업 경영과 수익에 악영향을 미치고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금융 위기 탈출과 경기 침체를 해결하려면 과감한 감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세 정책이 재정지출 확대 정책보다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르고 경기 회복 이후에도 성장률이 더 높다는 눈길을 끌 만한 연구 결과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심 참모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 내정자가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감세 정책은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으로 오바마 행정부 아젠다 중 최우선 순위를 점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감세 정책의 필요성을 충분히 뒷받침한다.
 
그렇지만 반대의견도 크다. 감세에 따른 가처분소득 증가가 현실적 소비로 이어지기까진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사회간접자본(SOC) 등 공공투자를 통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방편이 더 효과적이란 이유에서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재정지출은 늘고 세입은 축소할 수밖에 없어 재정 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단기적 재정 건전성 악화는 감내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세입이 늘고 일자리를 창출해 재정 건전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부작용 방지에도 최선을 다해야 단기적인 감세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해외 선진 사례에서 배운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2001년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감세 정책을 실시했다. 경기 부진을 해소하고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목적이었다. 미국 경제는 당시 2003년 2ㆍ4분기 이후 3% 이상의 경제 성장과 소비 증가세를 보였고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 개선 효과도 톡톡히 봤다.
 
미국은 이제 물러난 부시 전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협력해 불황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공적 자금과 재정지출 확대에 비상한 노력 중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내세운 '신뉴딜' 정책을 비롯해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등 가능한 정책 조합을 총동원해 글로벌 금융 위기를 탈출하겠다는 의지가 세계 곳곳에 전해지는 부분이다. 영국 프랑스 중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영국은 부가세를 15%로 인하하고 200억파운드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추진한다. 프랑스는 260억유로의 경기 부양 대책을 발표했고 신차 구입 시엔 100유로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일본은 37조6000억엔의 경기 부양책 중 3년 간 일자리 창출에 1조엔을 투입하고 자동차 구입 시 취득세를 덜어 주는 세제 혜택 안도 내놨다. 아일랜드는 법인세 중간 예납 기간을 조정하고 연구개발비 세액 공제율을 20%에서 25%로 인상한다. 핀란드는 식품에 대한 부가가치 세율을 17%에서 12%로 인하하는 등 예산안을 짰다.
 
◆한국은 어떤가.
감세 정책을 비롯해 지난해 총 33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으나 수차례에 걸친 '눈가리고 아웅식'의 뒤늦은 대책으로 정책 효과가 감소했다는 평가다.
 
2012년까지 각종 감세 정책 추진을 통해 조세부담률을 경쟁국 수준으로 인하하고 '저부담→고투자→고성장' 기조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야당의 반대와 국회의 표류로 세법개정안의 집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감세정책도 실기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그러나 "감세와 고유가 대책,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우리나라 GDP의 3% 수준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을 내놨으나 소극적이고 방어적 조치에 그쳤다"며 "그나마도 정치권의 반대로 사실상 제때에 집행되지 못하고 있어 긍정적 효과보다는 지체에 따른 부작용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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