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신년기획] 돈이 돌아야 내수가 산다
대출요건 강화로 수요층 구매의욕 위축 '악순환고리'
캐피털업체 "자금여력 바닥.. 정부지원 없으면 고사"
완성차업체 "등급제한에 고객들 계약파기 피해속출"
"계약 막바지에 계약서를 찢어야 하는 심정, 아무도 모를 겁니다."
완성차 할인이 대폭 축소된 새해 첫 월요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소재 한 완성차 대리점의 판매사원 A씨의 표정은 새해를 시작하는 활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웠다.
A씨는 "지난 연말 한대 판매에 목을 맬 때도 캐피털 사들의 신용평가에 걸려 결정 과정에서 계약이 무산된 경우가 많아 속이 터지는 줄 알았다"며 "고객들에게 '신용도에 따라서 할부가 안될 수도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에서 완성차 업체 판매 대리점을 운영하는 B씨의 사정도 같다.
그는 "지난 연말 수백만 원씩 깎아줘도 구입을 망설이던 고객들이 "내 신용도로 할부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물을 때는 마땅히 대답할 말이 없어 당혹스럽기만 하다"며 "지난 연말에 비해 올해는 어떻게 전개될지 캐피털사의 움직임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자동차 업계는 파멸적인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차 판매가 줄어들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치킨게임 식의 할인정책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층들의 구매 의욕은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할부금융, 소비의 윤활유
할부금융이란 소비자가 일시불로 구입하기 어려운 고가의 내구소비재인 자동차, 가전제품 등을 구입할 때 할부금융사가 필요한 자금을 대여해주고, 소비자는 할부금융회사에 일정한 수수료를 내고 원금과 이자를 분할 상환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국내에는 할부 금융을 하는 캐피털사가 총 17여개에 달한다. 차를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찻값을 깎아주더라도 구매 당시 많게는 수백만원, 또 매달 수십만 원의 할부금에 이자까지 물어야 하는 대규모 지출을 선뜻 하기에는 만만치 않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할부 금융이다.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매 형태는 완성차 업체가 생산과 판매를, 소비자는 할부 금융사로부터 돈을 빌려 차를 구매 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준준형의 경우 기본적으로 1500만 원 이상 되는 승용차를 구매 하면서 이를 일시불로 모조리 지불하고 구매하는 소비자는 사실상 거의 없다.
우수한 할부금융 제도는 어려운 경제 여건 하에서도 내수 시장의 소비 심리를 지탱시켜주는 윤활유가 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의 GM은 금융자회사 GMAC에서 이미 0% 할부 금융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포드는 직원가보다 더욱 낮은 가격으로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한 러시아의 자동차 시장도 12~36개월에 이르는 할부금융 제도를 통해 큰 폭의 성장을 이루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10대 중 4대는 할부 금융을 통해서 이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담장높인 할부금융사, 차 판매는 고사
현재 국내 캐피털사들은 주 업무인 자동차 할부 금융과 리스, 신용대출에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시피 하고 있다. 캐피털사의 채권 발행 규모는 지난해 9월 7232억원에서 지난해 10월 1450억원, 11월1150억 원으로 바닥까지 내려갔다.
금융계에 따르면 캐피털사들은 금융위기로 인해 할부의 장벽을 높이면서 대신 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할부 금융상품 판매에 열중하고 있다.
이 와중에서 작년까지만 해도 아무런 제약없이 차 구매가 가능했던 소비자들의 상당수가 자격미달로 외면 받게 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자동차 할부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현대캐피털은 신용평가사 등급 10등급 중 금융위기 전에는 8등급 까지 할부가 가능했으나 현재 7등급으로 범위가 줄었다. 그나마 여유가 있는 현대캐피털은 이정도지만 대우 등 다른 업체들은 2~3등급이 돼야 겨우 할부가 가능한 수준까지 장벽을 높였다.
캐피털사들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캐피털사 고위 관계자는 “현재 대출 못하는 이유는 캐피털사는 수신기능이 없기 때문”이라며 “은행은 예금 유치를 통해 자금 운용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그게 안 되기 때문에 외부 자금 유입이 돼야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돈을 빌려와서 다시 돈을 빌려줘야 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대출을 제한할 수박에 없다는 뜻이다.
현재 정부와 산업은행 1금융권에서는 캐피털사들의 요청에 따라 금융지원을 하기 위해 체험펀드를 조성해둔 상태다. 그러나 여기에 조성된 자금은 중소규모 업체들에 대한 지원을 우선시하고 있어 자동차 할부를 하는 상대적으로 큰 캐피털사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캐피털사 관계자도 “캐피털업계가 배려하고 안배할 수 있는 상황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심리 풀려야 하는데 정부차원 지원 방안이 많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토로 했다.
또 “돈을 가지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캐피털사의 채권을 사지 않고 있어 자금 순환이 막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안승현 기자 zirokool@asiae.co.kr
우경희 기자 khw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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