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책의 맥기사 24개
주거, 돌봄 그리고 地自體
공공임대주택은 가장 직접적이고 핵심적인 주거복지 수단이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만 충분히 공급한다고 주거복지가 저절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장기임대주택단지 가운데 고령자나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입주자 비율이 60%를 웃도는 곳이 늘어나고 있지만 입주민 지원서비스를 누가 어떤 비용으로 책임져야 하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올해 3월부터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돌봄이
2026.04.17 11:09
연결된 AI, 단절된 정부
에릭 슈밋 전 구글 CEO가 던진 AI의 미래에 대한 경고가 묵직하다. 그는 AI들이 상호 연결되고 스스로 언어를 만들며 소통하는 협력적 네트워크가 형성될 경우, 인간이 이를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별 지능을 넘어 서로 결합한 AI 집합체의 힘은 그 규모와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라 실존적 위협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역설이 드러난다. 인간이 통제하기 어려울
2026.04.03 16:15
평생학습의 길을 재설계하자
지난 24일 평생교육 관련 주요 단체들이 국회에 모여 '대한민국평생교육연대' 출범식을 열고 평생학습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면서 평생학습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선언을 넘어 제도적 전환의 필요성을 환기하는 계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00세 장수시대에 접어든 오늘날, 학교 교육만으로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술 변화는 빠르고, 직업의 수명은 짧아
2026.03.26 07:50
기술전쟁 시대, 지금은 대학에 투자할 때
세계는 지금 불안정한 국제 질서 속에 놓여 있다. 이란에서의 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충돌 등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 경쟁의 양상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오늘날의 경쟁은 군사력만이 아니라 기술과 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칩 전쟁(Chip War)'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반도체와 첨단기술을 둘러싼 경쟁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문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기술전쟁
2026.03.19 11:34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신설에 부쳐
2013년 4월23일 32년간 대한민국 부패 사정활동의 중심이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현판을 내리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중앙수사부 폐지와 새로운 검찰 특별수사 기구 설계를 맡은 '대검 특별수사 체계개편 추진 태스크포스(TF)' 팀장이었던 필자는 "중수부 검사들의 드높은 자부심 뒤에 국민의 불신이 크게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담긴 소회사를 발표했었다. 그로부터 13년이 흐른 지금 검찰은
2026.02.26 14:14
이제 어떤 주택을 공급해야 하나
서울 주택가격이 폭등하면서 정부는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에 이어 의욕적인 주택공급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 앞으로 5년간 135만가구 공급 계획을 내놨다. 지난달 29일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에서는 6만가구 규모로 신속 공급 부지 확보계획을 확정했다. 이제 국민의 관심은 어떤 주택을 공급하는지, 자신이 그 주택에 입주 가능할 것인지에 모이고 있다. 이번에도 1989년 발
2026.02.19 13:00
시장·정부 다음의 과제, 플랫폼 실패
시장에는 시장 실패가 있고, 정부에는 정부 실패가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플랫폼에도 실패가 있을까. 최근 학계에서 '플랫폼 실패(platform failure)'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네덜란드 미디어학자 호세 판 다이크는 '플랫폼 사회'에서 플랫폼이 사회 전반을 매개하는 구조로 진화했지만, 공공의 가치가 사적 이윤 논리에 종속되며 새로운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실패란 데이터
2026.02.06 08:57
'피크 코리아' 뛰어넘을 지속성장 전략
최근 한국 사회에서 오랜만에 '상승의 기운'이 감지된다. 꿈처럼 여겨지던 코스피 5000에 도달했고, 과열 기미가 엿보이는 부동산 시장은 자산 효과로 소비심리를 떠받치는 듯하다. K컬처의 확산과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제조업의 존재감도 세계 공급망 속에서 한국의 자리를 굳건하게 만든다. '성장의 정점에 도달했고 이제 장기침체로 들어갈 것'이라던 몇 해 전 '피크(Peak) 코리아' 주장이 무색해 보일 만큼, 적어도 겉으로는
2026.01.29 08:51
5년 뒤에도 지속가능한 대학의 국제화
"2039년, 대한민국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다." 이 전망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위기의식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고등교육이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구조적 경고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많은 대학이 국제화를 해법으로 선택해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한 단계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의 국제화는 과연 지속 가능한가. 그동안 한국 대학의 국제화는 주로 '
2026.01.15 11:20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을 희망한다
필자가 초임 검사 시절 선배 검사들에게 들은 말이 있다. "형사사법은 신속과 정확이라는 두 개의 목표가 있는데 그중 하나를 고르라면 신속한 사건처리가 더 중요하다. 사건처리를 지연시키면 다른 절차를 밟아 피해구제를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사건처리를 미루는 것을 수치로 여기는 검사라면 누구나 지켜온 직업적 소명이었고, '3개월 초과 사건'을 몇건 남기는지를 인사평가에 반영해 왔다. 요즘 이런 전통과 관행은
2025.12.18 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