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 달러화 채택 필요한가? 인플레 잡고 성장에 도움”-카토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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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으로 악명 높은 남미 국가들이 법정통화로 달러화를 채택할 경우 더 높은 성장과 더 낮은 금리를 가능하게 하는 안정적 통화를 갖는 것이기 때문에 달러화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능력 있고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중앙은행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당연히 통화 주권을 갖고 경제 외부 충격에 대해 환율 조정기능으로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남미 국가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자유주의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는 19일(현지시간) ‘남미에서 통화 자유 선택이냐, 달러화 채택이냐(Free Choice in Currency, or the Case for Dollarization in the Americas)’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최소 3000억달러를 달러로 보유하고 있는 반면 공식 페소 통화 공급 전체는 약 800억~900억달러에 불과하고, 에콰도르는 2000년에 이미 달러화를 법정통화로 채택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에콰도르와 엘살바도르는 달러화 도입에 서로 다른 경로를 택했다고 한다. 에콰도르는 수크레 전환에 대한 명확한 시한을 발표했고, 엘살바도르는 명목 통화를 유통 상태로 남겨둔 채 은행 시스템을 달러화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5월 15일 카토연구소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달러화 도입의 때가 왔는가?’라는 제목의 정책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존 코크레인 후버연구소 연구원, 데이비드 맬패스 전 세계은행 총재, 에밀리오 오캄포 아르헨티나 거시경제연구센터대학(UCEMA) 교수가 참석했다. 대화는 달러화 도입이 미국에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지를 포함해 폭넓게 진행됐지만, 하비에르 밀레이 집권하의 아르헨티나와 니콜라스 마두로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가 직면한 통화 문제에도 초점을 맞췄다.


세 명의 패널은 결국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달러화 도입의 논리는 달러를 강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이 자국 통화 대신 달러를 사용할 때 매일같이 해온 선택을 존중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달러화를 공식화한다는 것은 더 높은 성장과 더 낮은 금리를 가능하게 하는 안정적 통화를 갖는 것을 뜻한다. 또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을 멈추고, 그로 인해 일반 시민의 부가 정부로 조용히 강제로 이전되는 일을 막는다는 의미다.


달러화 도입에 반대하는 표준적 주장은 이렇다. 국가는 외부 충격에 대응해 환율을 조정할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리 가격이 하락하면 칠레는 통화를 평가절하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달러화를 도입한 경우에는 임금 하락을 통해 충격을 흡수해야 하며, 이는 더 고통스럽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 주장이 해당 중앙은행이 스위스국립은행처럼 충격에 유능하고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가정한다는 점이다. 이 가정은 지난 25년간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에 잘 맞는 설명이 아니었고, 아르헨티나의 어떤 중앙은행에도 거의 맞는 설명이 아니었다. 만성 인플레이션이나 여러 차례의 초인플레이션을 겪은 나라에서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통화정책을 정교하게 조정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오히려 “다음번 정치인이 재정적자를 메우려 할 때 우리 통화를 파괴하지 않겠다고 신뢰성 있게 약속할 수 있는가”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달러화 도입은 통화 안정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약속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그런 의미에서 코크레인이 말했듯, “달러화 도입은 배를 불태우는 것이다. 일단 달러화를 도입하면 되돌아갈 수 없다.” 개혁의 가치는 바로 그 비가역성에 있다. 고정환율제나 통화위원회는 깨질 수 있다. 그러나 달러화 도입은 민주주의에서 진정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유일한 메커니즘이다. 되돌리려면 사람들의 지갑에서 달러를 빼내고 대신 페소나 볼리바르라는 것을 쥐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재선을 원하는 정치인이라면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아르헨티나에서 현재 진행 중인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은 연간 인플레이션을 211%에서 32% 조금 넘는 수준까지 낮췄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밀레이 이후에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도 남아 있다. 에밀리오 오캄포는 결국 아르헨티나의 문제는 재정이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아무런 대가 없이 자기 법을 지속적으로 위반해 온 나라에서는 헌법 개정, 중앙은행 독립 보장, IMF 프로그램 어느 것도 신뢰할 수 없다. 민주주의에서 작동하는 유일한 장치는 유권자들 스스로가 지키려 할 장치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은 이미 선택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최소 3000억달러를 달러로 보유하고 있는 반면, 공식 페소 통화 공급 전체는 약 800억~900억달러에 불과하다. 오캄포는 “이것은 통화를 강요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자유에 관한 문제다. 원하는 곳 어디서든 그 달러를 사용할 자유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일부는 국가가 달러화를 도입하기 전에 달성해야 할 특정 선결 조건이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에콰도르와의 비교는 시사적이다. 오캄포가 설명했듯, 에콰도르는 2000년에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오늘날 아르헨티나보다 더 나쁜 조건에서 달러화를 도입했다. 인기 없는 대통령, 국가부도 상태, 은행 시스템 내 예금 동결, 그리고 IMF의 적극적 반대가 있었다. 그런데도 달러는 1830년 이후 에콰도르가 가졌던 모든 헌법보다 오래 지속됐다. 지난 20년 동안 에콰도르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사라졌고, GDP 대비 민간신용 비중은 약 60%에 이르며, 에콰도르인들은 2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인도 베네수엘라인도 그렇게 하지 못한다.


오캄포는 아르헨티나가 달러화 도입을 1년 늦출 때마다 그만큼 성장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6년 GDP 성장률은 3.5%로 예상되는데, 이는 낮은 기반에서 성장하는 달러화 경제가 달성할 수 있어야 할 수준보다 훨씬 낮다. 재정 규율이 있음에도 성장이 제약되는 이유는 불확실성이다. 아르헨티나에 자본을 가져올 수도 있는 투자자들은 미래의 페론주의 정부가 페소 가치를 떨어뜨릴 가능성에 대비해 헤지한다. 맬패스가 말했듯, “페소의 존재 자체가 아르헨티나에 엄청난 거대 비용”이다.


포럼 패널들은 앞으로의 길이 복잡할 필요는 없다는 데 동의했다. 에콰도르와 엘살바도르는 달러화 도입에 서로 다른 경로를 택했다. 한 나라는 수크레 전환에 대한 명확한 시한을 발표했고, 다른 나라는 명목 통화를 유통 상태로 남겨둔 채 은행 시스템을 달러화했다. 단일한 공식은 없다. 중요한 것은 방향과 약속의 신뢰성이다.


미국도 달러화 도입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달러화하면 양국 간 교역,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농업 부문에서 주기적으로 왜곡을 일으키는 통화 주도 평가절하가 사라질 것이다. 베네수엘라가 달러화하면 자원 개발을 더 잘 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이게 되고, 이는 미국 경제와의 관계를 강화할 것이다. 또한 명백한 네트워크 효과도 있다. 달러를 채택하는 모든 나라는 세계 기축통화의 도달 범위를 넓힌다. 바로 그 지위가 도전받고 있는 시점에 말이다. 라틴아메리카의 달러화 도입을 지원하는 것은 워싱턴에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큰 수익을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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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에서 달러화 도입의 창은 아직 열려 있다. 어떤 면에서는 조건이 그 어느 때보다 좋으며, 행동하지 않는 데 따르는 비용은 인플레이션과 놓친 성장으로 측정된다.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자유, 발전, 안정을 지원하고자 한다면 달러화 도입은 명백한 출발점이다.


정재형 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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