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비의료인 문신 시술, 무면허 의료행위 아니다"…34년 만에 판례 변경
"형법이나 공중위생관리법 등으로 관리"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처벌 대상으로 삼아왔던 34년 전 판례가 깨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된 박모씨와 백모씨 사건 상고심에서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박씨는 2020년 1~12월 두피문신 시술을, 백씨는 2019년 5월 패션잡화 판매점에서 레터링 문신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건 1·2심은 과거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행하는 통상적인 서화문신행위는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이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문신행위는 전문적 의료인이 등장하기 전부터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의술과 구분된 독자적 직역으로 발달했다"며 "대부분 질병 예방이나 치료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반드시 의료인 수준의 의학적 전문지식이 있어야만 성공적인 시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성이 개선된 문신용 기계와 보건위생용품 사용이 일반화됐고, 형법이나 공중위생관리법 등을 통해 보건위생상 위해를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법원은 헌법상 기본권 보장 측면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일반인에게 문신 시술을 위해 의료인 자격을 취득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 비의료인의 문신행위를 금지하는 것과 같다"며 "이는 문신을 직업으로 선택할 자유를 사실상 봉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오직 의료인에게만 시술을 허용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라며 "피시술자의 일반적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표현·예술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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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대법원은 1992년 5월 눈썹 문신 시술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한 이래 유지해 온 종전 판례를 34년 만에 변경했다. 이번 판결로 통상적인 문신 시술은 더 이상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받지 않게 된 것이다. 이 가운데 지난해 9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10월 말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국가시험에 합격해 면허를 취득한 '문신사'는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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