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일본 식민지 대만 배경
여행·음식·로맨스에 탈식민주의 시선 담아
대만 작가·중국어 작품 모두 첫 기록
번역가 린킹과 공동 수상

대만 작가 양솽쯔의 소설 'Taiwan Travelogue'가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인 2026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다. 한국어판 제목은 1938 타이완 여행기다.


19일(현지시간) 부커상 재단은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양솽쯔와 영어 번역가 린킹을 올해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두 사람은 상금 5만 파운드, 우리 돈 약 1억 원을 절반씩 나눠 받는다.

대만 작가 양솽쯔(사진 왼쪽)와 영어 번역가 린킹. Booker Prize Foundation

대만 작가 양솽쯔(사진 왼쪽)와 영어 번역가 린킹. Booker Prize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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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 부커상은 영어로 번역돼 영국 또는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장편소설과 단편집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상이다. 작가뿐 아니라 번역가의 역할을 함께 조명한다는 점에서 세계 번역문학계에서 높은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 가운데, 이번 수상은 대만 문학사와 중국어권 문학사에서 모두 의미 있는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대만 작가가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며, 중국어로 쓰인 작품이 이 상을 받은 것도 처음이다. 1938 타이완 여행기는 일본 식민지 시기인 1930년대 대만을 배경으로 한다. 작품은 한 일본인 여성 소설가가 대만의 풍경과 생활, 특히 다채로운 음식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섬을 여행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현지 안내자이자 번역가인 대만 여성과 가까워지고,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로만 흐르지 않는다. 식민 지배국 출신 일본인 작가와 피지배지 대만인 번역가라는 위치의 차이는 두 사람의 감정을 끊임없이 흔든다. 작품은 여행기와 미식 소설의 외피를 두르면서도, 식민 권력과 언어, 계급, 정체성의 문제를 섬세하게 파고든다.

양솽쯔 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 마티스블루

양솽쯔 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 마티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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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실제 번역가와 가상의 번역가가 쓴 후기, 방대한 각주, 메타픽션 장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 때문에 문학계에서는 이 작품을 "번역을 향한 러브레터"이자, 언어와 역사, 권력의 관계를 실험적으로 탐구한 작품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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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심사위원장을 맡은 작가 나타샤 브라운은 이 작품에 대해 "로맨스로서도 성공적이며, 동시에 날카로운 탈식민주의 소설"이라고 평했다. 그는 또 작품이 형식적 실험에 그치지 않고 "몰입감 있는 사랑 이야기"로 독자를 사로잡는다고 평가했다. 양솽쯔는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만화 및 비디오게임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해왔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일본 식민지 시기를 바라보는 대만인의 복합적인 감정, 즉 혐오와 향수, 동경과 거리감이 뒤섞인 정서를 풀어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대만 작가가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며, 중국어로 쓰인 작품이 이 상을 받은 것도 처음이다. 1938 타이완 여행기는 일본 식민지 시기인 1930년대 대만을 배경으로 한다.  Booker Prize Foundation

대만 작가가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며, 중국어로 쓰인 작품이 이 상을 받은 것도 처음이다. 1938 타이완 여행기는 일본 식민지 시기인 1930년대 대만을 배경으로 한다. Booker Prize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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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2020년 대만에서 원서가 출간된 뒤 현지 최고 권위 문학상 중 하나인 골든 트라이포드 상을 받았다. 이후 린킹의 영어 번역본은 2024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을 수상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이번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으로 작품은 다시 한번 세계 문학계의 중심에 섰다. 수상자로 호명된 뒤 양솽쯔는 대만 문학이 걸어온 길을 자유와 평등을 향한 대만인의 여정과 연결했다. 그는 "문학은 결코 영토를 양보하거나 사람 사이의 대화를 포기한 적이 없다"며 대만 문학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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