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반도체보다 작은 크기" DNA 기반 '분자 컴퓨터' 구현
국내 연구팀이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초미세 분자 컴퓨터'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그간 분자 수준의 DNA 회로는 암과 관련된 물질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는 등 단순 기능으로 활용됐지만, 한 번 반응하면 재사용할 수 없는 한계가 따랐다. 이와 달리 연구팀은 머리카락보다 수만 배 작은 DNA로 계산과 기억(반복)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초미세 분자 컴퓨터를 구현함으로써 새로운 컴퓨팅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왼쪽부터) KAIST 최영재 교수, GIST 김우진 석박통합과정, KAIST 김태훈 연구원·정상은 연구원·김시온 연구원, GIST 심준호 석사과정. KAIST
KAIST는 공학생물학대학원 최영재 교수 연구팀이 DNA 기반의 바이오 트랜지스터(Bio-transistor)를 개발해 계산과 정보 저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분자 회로를 구현했다고 22일 밝혔다.
바이오 트랜지스터는 '신호를 받아 계산을 수행하는 반도체 핵심 소자의 바이오 버전'이다. 최근 반도체 공정은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초미세화 기술이 물리적 한계에 가까워진 것을 의미한다.
같은 이유로 학계에서는 기존 실리콘 기반 기술을 넘어 분자 수준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새로운 컴퓨팅 방식에 관한 연구를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DNA는 특정 염기만으로 짝을 이루는 성질(상보적 염기 결합)로, 원하는 반응만 정확하게 일어날 수 있게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고, 염기 간 간격이 0.34㎚에 불과해 차세대 초고집적 정보 처리 소재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기존 DNA 기반 회로는 반응이 한 번 일어나면 소모되는 '일회성' 특성 때문에 연속적인 정보 처리나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입력 신호에 따라 DNA 분자가 서로 결합하거나 분리되면서 배열이 바뀌고, 그 상태가 유지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변화된 분자 상태 자체가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고, 이후 연산에 활용될 수 있게 했다.
별도의 초기화 과정 없이 실시간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리셋 없는(초기화 없이 이전 상태를 유지하는)' 회로를 구현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반도체 핵심 소자인 트랜지스터(전기 신호를 제어하고 증폭하는 소자)의 기능을 DNA 수준에서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단순한 화학 반응을 넘어 분자가 스스로 정보를 처리·기억하는 '지능형 바이오 시스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 성과로 꼽힌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DNA를 활용한 '분자 컴퓨터' 구현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례"라며 "바이오 컴퓨팅과 의료기술 분야 전반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KAIST 공학생물학대학원 임성순 교수·김태훈 연구원·정상은 연구원·김시온 연구원과 광주과학기술원(GIST) 김우진 석박사통합과정생·심준호 석사과정생이 공동 저자, 최영재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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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는 지난 1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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