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친필 한글부터 배색 오류 수정까지
'올바른 복원' 내세웠지만… 정작 원형은...

광화문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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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현판은 반세기 사이 세 차례 교체됐다. 명분은 매번 '올바른 복원'이었지만, 복원의 기준은 교체될 때마다 달라졌다.


홍석주 서일대 건축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광화문 현판 토론회'에서 광화문의 변천사를 추적하며 현판 논쟁의 역사적 뿌리를 짚었다. 그 출발점은 조건 건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화문은 세종대에 지금의 이름을 받았다.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뒤 270년 넘게 폐허로 있다가 1865년 흥선대원군의 경복궁 중건으로 다시 건립됐다. 오늘날 복원의 기준이 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영광은 길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 청사가 경복궁 흥례문과 금천교 자리에 들어섰다. 1927년 광화문은 현 국립민속박물관 쪽 궁장으로 강제 이전됐고, 한국전쟁으로 목조 문루마저 전소돼 홍예 석축만 남았다.


현판 역사의 첫 전환점은 1968년이다. 박정희 정부는 남아 있던 석축을 옮겨 그 위에 문루를 복원했다. 위치도 구조도 조선의 것과 달랐다. 문루는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졌고, 부재의 크기도 원래보다 조금씩 키웠다. 현판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한글이 걸렸다.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 현장 연합뉴스

광화문 한글 현판 추가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 현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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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당시 추진하던 '한글 전용화' 정책과 맞닿아 있었다. 1967년 대학생들의 한글 전용화 촉구 건의문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이 그해 11월 관련 계획 수립을 지시하면서 광화문 현판도 자신의 친필로 달도록 했다. 이후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한 차례 더 바꿨다. 1968년 복원 준공식에서 그는 "앞으로 문화재 복원은 콘크리트로 하여 1000년 동안 견딜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홍 교수는 "당시 철근콘크리트 광화문은 문화유산이기보다 산업화의 상징물에 가까웠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전환점은 2010년이다. 철근콘크리트 광화문은 1990년 시작된 경복궁 복원 계획에 따라 2006년 철거됐고, 4년 뒤 전통 목구조로 재건됐다. 흥선대원군 중건 당시 훈련대장 임태영의 글씨를 복원한 한자 현판이 걸리면서 42년 만에 한글 현판이 내려왔다. 정조의 글씨에서 집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사진 자료에 근거해 복원하는 방향이 채택됐다.


그러나 석 달 만에 배색 문제가 제기되면서 균열이 발생했다. 2016년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소장 광화문 사진이 공개되면서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제작한 현판의 배색 오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정확한 기록은 2년 뒤에 나왔다. 2018년 일본에서 발견된 '경복궁 영건일기'가 원래 현판이 검은 바탕에 금박 글씨였음을 증명해 2023년 배색을 바로잡은 현재의 현판으로 교체됐다. 다만 글꼴은 2010년 것을 그대로 유지했다.


광화문현판 색상 분석 교체

광화문현판 색상 분석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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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는 이 교체 이력이 오류를 바로잡는 정당한 과정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한글 현판 추가는 결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경복궁 복원 사업의 기준은 고종 당시의 모습이며, 2045년까지 이어질 장기 계획도 그 원칙 위에 서 있다는 이유에서다. 광화문 월대 복원 발굴 조사 때 일제강점기 전차선로가 출토됐음에도 월대를 고종 대 모습으로 복원한 것이 이를 적용한 대표적 사례다. 한글 현판은 어떤 고증 기록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추가하는 순간 35년간 쌓아온 복원의 기준이 허물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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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는 "어떤 고증 기록에도 없는 한글 현판을 다는 건, 원형에 최대한 가까운 복원이라는 기준과 35년간의 복원 성과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라며 "경복궁뿐 아니라 창경궁, 덕수궁을 비롯한 다른 국가유산 복원 사업의 방향성에도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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