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가 교섭 의제 명시 없어
사안별로 법리 다툼 커질 듯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으로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노조와 원청노조의 교섭 요구가 본격화하고 있다. 교섭 의제가 포괄적일 경우 사용자성 판단이 쉽지 않은 데다 교섭단위 분리 신청까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주식거래·M&A도 의제로… 노란봉투법, 기업 셈법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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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첫날 하청 407곳 요구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3월 10일 하루 동안 221개 원청 사업장을 대상으로 407개 하청 노조·지부·지회가 교섭을 요구했다. 이날 원청 사용자 가운데 교섭 의사를 갖고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한 사업장은 한화오션·포스코·쿠팡CLS·부산교통공사·화성시 등 5곳으로 집계됐다.

현장에서는 교섭 의제를 추후 보완하겠다는 식으로 포괄적으로 제시하거나 아예 명시하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원청의 교섭요구 사실 공고와 하청노조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동시에 접수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혼합 교섭 요구는 의제별 대응"

원청이 종사자에 대해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 교섭 대상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전문가들은 사안별로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광선(사법연수원 35기) 율촌 변호사는 "사내하도급처럼 시설을 공유하는 경우 교섭 대상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조치까지 모두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 근거로 볼 경우, 법령에 따른 작업지침 등은 예외로 본 고용노동부 지침과 모순될 수 있다.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여러 의제가 혼합된 교섭 요구에는 의제별로 대응하되, 향후 분쟁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변호사는 "하청노조가 교섭 과정에서 새로운 의제를 제기할 경우 기업은 사용자성이 없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을 수 있지만, 노조가 이를 부당노동행위라 주장하며 쟁의행위에 나설 경우 그 적법성은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법 시행 첫날 하청노조 등이 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한 사례는 31건이었다. 김상민(37기) 태평양 변호사는 "당장 교섭단위분리신청이 들어오고 있고, 기업들은 교섭단위 분리 신청 사건 대응에 고심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교섭단위분리 사건이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첫 단계가 될 수 있고, 교섭단위가 분리될 경우 교섭 구조가 복잡해지고 교섭부담도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교섭의제에 대한 사용자성은 물론 교섭단위의 정당성까지 다투는 대응 전략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권영환(변호사시험 3회) 지평 변호사는 "기업 입장에서는 교섭단위를 하나로 묶으면 교섭 절차를 일괄적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의견이 합치되지 않아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더 큰 단위의 집단행동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섭대표노조 결정 과정에서도 분쟁 가능성이 예상된다. 권 변호사는 "경쟁 관계에 있는 노조들 사이에서 주도권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교섭단위를 합칠지 분리할지를 두고 이견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고용노동부는 합병, 분할, 양도, 매각 등 기업조직 변동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은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매뉴얼에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관련 사안이 교섭의제로 제기되고 있다.


김종수(37기) 세종 변호사는 "M&A가 임박한 기업의 노조에서는 전보배치나 부서통폐합 등이 이루어질 것이 예상된다고 주장하면서, 고용 안정 등을 이유로 노조와 협의나 동의를 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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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얀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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