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이란·그린란드·ICE 직접 언급 피해
취임 초 트럼프 정부에 각 세운 것과 대비
"트럼프주의 대척점에 있지만, 신중 접근"

지난해 5월 선출된 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 레오 14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정면충돌하는 대신 신중하고 간접적인 외교 노선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인 레오 14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정면충돌하는 대신 신중하고 간접적인 외교 노선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EPA연합뉴스

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인 레오 14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정면충돌하는 대신 신중하고 간접적인 외교 노선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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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는 2일(현지시간) AFP 통신을 인용해 "교황은 취임 초기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을 비인도적이라고 지적하고, 베네수엘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등 트럼프식 '무력 외교'와 각을 세웠다"면서도 "최근 들어 교황의 대응 기류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최근 교황은 미국의 이란에 대한 군사적 개입 가능성이나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 시도, 미 이민 단속 연방 요원의 총격으로 인해 미국인 2명이 숨진 '미니애폴리스 사태' 등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지난 1일 미국과 쿠바 간의 긴장 고조에 대해 "폭력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 게 전부다.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 중인 가자지구 '평화 위원회' 참여 요청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이에 대해 AFP는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 속에서 미국 가톨릭교회가 입을 타격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분열된 미국 가톨릭교회의 균열을 더 키우지 않고, 교황의 발언이 특정 정치 진영의 시각으로 해석되는 것을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바티칸 소식통은 AFP에 "교황은 자신의 목소리가 전 세계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미국인으로서 트럼프주의의 대척점에 있지만, 현재 미국 문제에 관해서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은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칼끝이 미국 교회가 보호하는 이민자와 히스패닉 공동체를 겨누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교황의 태도가 신자 보호를 위한 것임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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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교황은 미국 현지 주교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폴 코클리 미국가톨릭주교회의(USCCB) 의장은 지난달 미니애폴리스 사태에 대해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실패"라고 비판했다. 또 아칸소주 리틀록 교구의 앤서니 테일러 주교는 현재 미국의 상황을 나치 독일 시절에 빗대며 "과거의 실패를 기억하고 배우려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같은 오류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시카고와 워싱턴, 뉴어크 대교구를 이끄는 추기경 3명은 공동 성명을 통해 미국의 개입주의 경향과 다자주의 훼손을 비판했다. 이런 성명이 교황의 묵시적 승인 하에 나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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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역사학자 마시모 파졸리는 "교황의 목표는 5년, 10년, 20년 뒤 역사가들이 '미국 가톨릭교회가 트럼프주의와 결탁했다'고 기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미국 교회의 평판과 역사적 역할이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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