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주류시장 전망
작년 와인 수입액 감소·수입량 증가
소비 이동의 결과…대중 와인 가격 경쟁 심화
2026년 경쟁력은 물량 아닌 구성과 설명력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줄었지만 물량은 늘었다. 와인 소비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비싼 와인에서 가격을 꼼꼼하게 비교하는 선택으로 옮겨간 결과다.


1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4억3428만달러(약 6200억원)로 전년(4억6211만달러) 대비 6.0% 줄었다. 반면 수입량은 5만6634t으로 2024년(5만2036t)보다 8.8% 늘었다. 금액은 줄고 물량은 늘어난 셈인데, 이는 와인을 덜 마셔서 나타난 변화가 아니라 비싼 와인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와인으로 소비가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비酒류 시대]④불경기 바로미터 와인…가성비 경쟁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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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은 소비자의 태도다. 와인 시장이 고공행진할 당시 '와인을 마신다'는 행위 자체가 선택의 이유였다. 새로운 술이었고, 취향을 드러내는 상징이기도 했다. 하지만 붐이 지나가자 시장은 빠르게 달라졌다. 소비는 가격과 그 가격을 납득할 만한 이유를 먼저 따지는 방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와인 시장은 해당 지점으로 넘어간 해였다. 소비자는 와인을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아무 와인이나 사지는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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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이탈리아는 남고, 칠레·스페인은 더 싸졌다

국가별 수입 지표를 보면 이러한 변화는 더 분명해진다. 지난해 수입액 기준 1위는 단연 프랑스(1억5689만달러)였고, 미국(6253만달러)과 이탈리아(5883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반면 수입량 기준 상위에는 칠레(1만1283t)와 스페인(9915t)처럼 대중 소비용 산지가 자리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수입액 상위권을 유지했다. 물량보다 금액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가격이 높아도 선택되는 와인이라는 위치를 지켰다는 의미다. 소비가 조심스러워진 상황에서도 산지와 스타일이 분명한 와인은 줄어들지 않은 것이다. 다만 예전처럼 폭넓게 팔리기보다는 이유가 분명한 제품 중심으로 선택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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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뉴질랜드는 또 다른 영역에 있다. 이들 국가는 가격 경쟁보다는 취향 또는 관성 중심의 소비가 작동한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이나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처럼 특정 품종이나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찾는 경우가 많다. 소비가 위축돼도 급격히 흔들리기보다는 필요한 만큼만 고르는 소비로 남았다.


반면 칠레와 스페인은 수입량이 늘어난 대신 금액 비중은 낮았다. 대중 소비용 와인에 가격 압력이 가장 먼저 몰린 결과다. 와인을 아예 끊지는 않지만 가격이 맞을 때만 선택하는 소비가 늘면서 할인과 프로모션 중심의 물량이 시장을 떠받쳤다. 호주와 독일 등 기타 산지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줄었다. 뚜렷한 가격 이점이나 프리미엄 이미지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 소비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모습이 나타났다.

왜 와인은 더 빨리 꺾였나…가격이 먼저 움직이는 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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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구조적으로 경기 변화에 민감한 주종이다. 위스키처럼 브랜드 자체가 구매 이유가 되는 술과는 다르다. 와인은 애호가라도 먼저 예산을 정하고, 그 안에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기준은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보다는 가격대와 품종, 스타일, 마시는 상황인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경기가 흔들리면 마시는 횟수보다 가격대가 먼저 내려온다. 지난해 수입액이 줄었는데도 물량이 늘어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해외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미국 주류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의 지출 축소가 수요 둔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댄 수 모닝스타 연구원은 "와인은 소비자가 브랜드보다 품종과 빈티지, 가격을 중심으로 고르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 구조에서는 경기 둔화가 오면 브랜드 파워로 가격을 버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건강 인식 확산과 규제 환경 역시 수요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시장도 이런 흐름과 맞물린다. 지난해 와인 소비가 꺼진 해라기보다 소비가 설득을 요구하기 시작한 해에 가깝다. 저렴하면 팔리지만 이같은 방식은 수입사와 유통사 입장에서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 결국 시장은 다시 구매 이유가 분명한 상품과 조건이 맞을 때만 팔리는 상품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2026년은 반등이 아니라 '정상화'…가장 먼저 흔들리는 건 '중간 가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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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와인 시장이 뚜렷한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추가 급락을 걱정해야 할 상황도 아니다. 이미 한 차례 조정을 거쳤기 때문인데, 이를 통해 재고는 상당 부분 정리됐고, 유통도 무리한 확장에서 한발 뒤로 물러났다. 시장은 과열의 후유증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수입량은 큰 폭으로 늘기 어렵고, 수입액도 급반등보다는 하락 폭 둔화나 정체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시장이 좋아진다는 뜻이 아니라 현실적인 시장 규모로 돌아가는 과정이라는 의미다. 이 과정에선 어떤 와인이 살아남는지가 중요하다.


올해 와인 시장을 가르는 핵심은 가격 양극화다. 아주 저렴한 와인은 가격 조건이 맞으면 팔린다. 소비자가 기대하는 효용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프리미엄 와인은 구매 이유가 설명되면 팔린다. 생산지와 생산자, 스타일, 음식과의 궁합, 선물 가치 등이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그 사이에 있는 중간 가격대 와인들이다. 이 구간은 소비자가 가장 쉽게 가격에 질문을 던지는 영역이다. 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면 선택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올해 와인 시장은 '허리'가 더 얇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유통 채널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온라인에서는 가격 민감도가 더 강해지고, 전문 매장과 레스토랑에서는 설명력이 더 중요해진다. 한 가지 라인업으로 모든 채널을 커버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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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와인 시장의 경쟁력은 결국 두 갈래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하나는 소비자가 여러 번 사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기준 가격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다. 이벤트 때만 움직이는 가격이 아니라 평소에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대가 중요해진다. 다른 하나는 가격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지다. 특히 중간 가격대와 프리미엄 와인은 이 설명이 부족하면 선택받기 어렵다. 가격만으로는 설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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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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