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수도권 공연장 대관 전쟁 심화
K콘텐츠 세계 매출 '1조 시대'
해외는 스타디움 주도권 경쟁
"국가 전략 과제로 전환해야"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서 공연을 하네요. 요즘 공연장이 많이 부족하잖아요. 다음 달에도 공연을 잡아보려 했는데, 결국 대관이 안 됐어요."
그룹 세븐틴이 서울 고척스카이돔 무대에서 한 이 말은 세계적인 K팝 그룹조차 국내에서 공연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 이후 공연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국내 대중음악 공연 인프라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공연장 부족은 곧바로 손실로 이어진다. 해외 톱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투어를 담당하는 기획사들은 "서울에는 4만석 이상 규모의 상설 공연장이 없다"며 한국을 투어 일정에서 제외하고 있다. 'K팝의 본고장'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 같은 최정상급 아티스트조차 공연장을 잡지 못해 해외 투어에 집중하는 실정이다. 일부 아이돌 그룹은 일본·홍콩·싱가포르에서는 3~4회 공연을 열면서도 정작 서울 공연은 대관 문제로 포함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종현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회장은 "대형 공연장 부족은 글로벌 투어에서 한국이 제외되는 '코리아 패싱'과 K팝 아이돌의 국내 활동 축소로 이어진다"며 "대관 전쟁은 티켓 가격 상승과 암표 문제까지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가수 포스트 말론은 대형 공연장을 확보하지 못해 일산 킨텍스 전시장을 임시 무대로 사용했고, 시야 제한 문제로 관객 불만이 상당했다.
현재 서울에서 1만명 이상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은 KSPO돔(1만5000석) 단 한 곳뿐이다.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5만석)과 보조경기장(2만5000석)은 리모델링 중이며, 고척스카이돔(2만석)은 야구 시즌 일정으로 대관이 거의 불가능하다. 잠실 주경기장 공사는 2026년 말 완공되지만 2031년까지 KBO 리그 경기장으로 사용될 예정이라 공연은 사실상 어렵다. 서울 외 지역의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1만5000석)와 고양종합운동장(4만석)이 있지만 접근성과 활용성 문제로 뚜렷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이에 공연기획사들은 매년 치열한 '줄서기 경쟁'을 벌인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인기 아이돌부터 중견 가수까지 10팀 이상이 같은 날짜를 두고 입찰하는 경우도 흔하다"며 "공연장은 턱없이 부족한데 공연하려는 팀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공연장은 이미 내년 연말까지 일정이 대부분 확정된 상태다. 신인 뮤지션과 중소 기획사들은 무대조차 잡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민간이 공연장을 짓고 싶어도 인허가 절차가 복잡하고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해 나서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K팝 해외 매출은 1조237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9년 1000억원대에서 4년 만에 12배 성장한 셈이다. 그러나 국내 공연 인프라는 이 성장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월드투어로 해외 관객 220만명을 모은 스트레이 키즈는 지난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3만석)에서 2회 공연만 열어 6만명을 수용하는 데 그쳤다. 블랙핑크 역시 서울 공연은 이틀간 7만8000명에 그쳤지만, LA 소파이 스타디움(10만명) 공연은 이틀 만에 매진됐다. 엔하이픈과 세븐틴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4년 외래관광객조사'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의 38.3%가 "K콘텐츠를 접한 뒤 한국을 방문했다"고 답했다.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4명이 한류 체험을 위해 한국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공연장 부족으로 대형 콘서트가 열리지 못하면서 소비·숙박·교통 등 연관 산업의 수익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K팝 공연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체류형 산업'"이라며 "공연 인프라 부족은 관광 소비 감소와 세수 손실로 직결된다"고 꼬집었다.
뒤늦게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수도권에 5만석 규모의 K팝 아레나 건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올해 시작하고, 2030년 착공을 목표로 삼았다. 김현목 문체부 대중문화산업과 과장은 "지방 수요와 운영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 공연이 지역 대표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부지 확보와 예산 조달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한 중견 공연기획사 대표는 "공연장은 민간 투자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정부가 부지를 제공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복합 모델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방자치단체의 공모도 이어지고 있지만, 교통·소음 등 민원 문제로 입지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연 인프라를 '문화 시설'이 아닌 '산업 전략'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계명국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총감독은 "공연장은 관광·교통·숙박 산업의 중심"이라며 "정부의 K팝 아레나가 상징 사업에 그치지 않으려면 민관 협력과 장기 운영 모델, 수익 구조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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