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전속계약 분쟁서
법원, 민사법 대원칙 엄격 적용
Pacta sunt servanda(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계약 때 합의한 것은 이행해야 한다는 민법의 대원칙이다. 연예기획사와 연예인 사이의 전속계약도 예외는 아니다. 회사가 하는 사업 모두가 전속계약 조항들에 근거해 연예인과 동업처럼 펼쳐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합의의 무게감은 가볍지 않다.
과거 법원은 연예 산업 구조나 계약 관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 표준계약서 도입 뒤에도 노예계약이란 명분을 앞세운 계약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대부분 연예인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잇따른 이유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전속계약 관련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는 법리를 엄정하게 적용하고 있다. 그룹 뉴진스와 엑소의 멤버 첸벡시 등 전속계약 효력을 부정한 아티스트의 주장을 배척한 판결이 대표적이다. 법원이 유명세를 앞세워 계약의 무게를 가볍게 여겨온 '슈퍼을'의 무분별한 계약 위반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어도어, 뉴진스 상대로 전승
어도어가 그룹 뉴진스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유효확인의 소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정회일)는 뉴진스의 주장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며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 통보 효력이 없다. 어도어는 매니지먼트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의 전속 계약상 의무 불이행이 있었던 것 같은 외관을 만들어 해지 통보를 하고 분쟁을 심화시킨다면, 해지 통보 이후의 사정을 이유로 하는 전속계약의 해지 가능성이 커져 당사자 일방이 위약금 등 규정을 피하여 아무런 부담 없이 전속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므로, 위와 같은 해석은 신중하여야 한다"고 했다.
뉴진스는 지난해 11월 어도어에 귀책 사유가 있다며 전속계약 해지를 주장했다. 갈등의 배경엔 뉴진스 총괄 프로듀서인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있다.
어도어의 모회사인 하이브는 민 전 대표의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제기하며 내부 감사에 착수했고, 민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뉴진스 홀대론과 해임 부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하이브 이사회는 민 전 대표를 대표직에서 해임했다. 뉴진스는 민 전 대표의 복직을 요구하며, 이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어도어는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를 주장하자, 멤버들을 상대로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를 제기했다. 이에 뉴진스가 NJZ로 활동명을 바꾸고 활동하자 어도어는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했다.
법원은 본안 판결 전까지 독자 활동을 금지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어도어가 정산 등의 계약상 의무를 대부분 이행했으며, 뉴진스 멤버들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로 오히려 어도어의 매니지먼트 업무 수행이 어려워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뉴진스는 이의신청과 항고했으나, 법원은 같은 이유로 항고를 기각했다. 법원은 어도어의 간접강제 신청까지 인용해 뉴진스가 독자적으로 활동할 경우 멤버당 위반행위 1회당 10억원을 어도어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첸백시, SM 상대로 전패
엑소 첸백시(첸·백현·시우민)는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벌인 법적 공방에서 전패했다. 경찰과 검찰, 법원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국가기관까지 총동원했지만, 모든 기관에서 첸백시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첸백시와 SM의 갈등은 2023년 6월, 첸백시가 부당 계약을 주장하며 SM에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양측은 2023년 6월 18일 그룹 활동은 SM이, 개인 및 유닛 활동은 첸백시 측 독자 레이블인 INB100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합의서에는 '전속계약 효력이 유효하다'와 '완전한 합의'라는 점이 명시됐다. 합의에 따라 첸백시는 개인 활동 매출의 10%를 SM에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SM은 2024년 6월, 첸백시가 개인 활동 매출의 10%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계약이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첸백시는 정산금 청구 취지의 반소를 제기하고, SM이 합의 조건인 낮은 음반·음원 유통 수수료율(5.5%)을 지키지 않았다며 이성수, 탁영준 대표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혐의로 고소·고발하며 맞섰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불송치·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첸백시의 항고 역시 기각됐다.
첸백시는 과거 13년간 엑소 활동 정산 자료 일체에 대한 문서제출명령 및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으나, 1심부터 대법원까지 첸백시 측의 요구는 모두 기각됐다. 특히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은 "문서제출명령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편법이거나 SM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며 재항고까지 기각했다.
공정위와 문체부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첸백시는 SM이 정산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문체부에 신고했으나, 문체부는 "SM이 전속계약과 대중문화산업법에 따라 정산 자료를 정기적으로 공개한 것을 확인했다"며 '위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 역시 첸백시가 SM을 불공정 계약으로 신고한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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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빈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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