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 위로를 건네는 실내악처럼…연극 '나의 아저씨'
클래식음악에는 수많은 지시어가 사용된다. 속도, 강약은 물론 연주자에게 어떤 감정으로 연주해야 하는지까지 알려주는 지시어는 악장마다 바뀌며 곡의 흐름과 분위기를 이끌어준다. 한 악장 내에서도 여러 개의 지시어가 사용돼 섬세한 선율을 들려주기도 한다. 수많은 지시어 중 연주 속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시어는 알레그로(빠르게)와 안단테(느리게)다.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나의 아저씨'는 알레그로와 안단테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 클래식음악처럼 섬세한 감정을 표현한다.
원작은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tvN에서 방영된 동명의 16부작 드라마다. 방영 당시 엄청난 화제를 모았고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드라마 작품상과 극본상을 받으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중간휴식 시간을 뺀 연극 공연시간은 155분. 16부작 드라마를 2편이 약간 넘는 드라마로 압축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속도 조절이 중요한데 절묘한 운용을 보여준다.
초반 각 등장인물이 얽혀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극의 흐름은 빠르다. 알레그로. 원작 드라마를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자칫 흐름을 놓칠 위험도 있어 보인다. 반면 원작 내용을 안다면 창작진이 사건을 효과적으로 압축하기 위해 얼마나 고심했을지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주인공 지안은 부모가 남긴 사채에 시달리는 21살 파견직 직원. 회사 대표가 지안의 직속 상사인 동훈을 회사에서 쫓아내려 한다는 것을 알고, 대표에게 접근해 동훈을 쫓아내는데 협조할 테니 돈을 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지안은 동훈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점을 느끼면서 점점 동훈에게 끌린다.
극은 동훈과 지안이 동훈의 친구 정희의 가게에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는 장면에서 안단테로 분위기를 바꾼다. 서로에게 연민과 따뜻함을 느낀 두 사람이 속내를 털어놓으며 진심을 전하는 장면인 만큼 연극의 호흡이 길어진다. 2막에서 동훈이 별거 중인 아내 윤희와 속내를 털어놓으며 오해를 풀어가는 장면도 안단테처럼 느껴진다.
극은 속도감 있게 사건을 전개하면서도 따뜻하고 섬세한 감정 전달로 호평받았던 원작의 중요한 장면들에서는 호흡을 길게 가져가며 집중력 있게 전달하는 미덕을 보여준다. 원작 드라마에서 지인이 거의 유일하게 미소를 보였던 마지막 장면의 분위기도 섬세하게 재현해낸다.
등장인물들이 기울이는 소주잔, 지인이 동훈에게 선물하는 슬리퍼, 동훈이 지인에게 건네는 검은 비닐봉지 등 평범한 일상의 소품들도 따뜻한 위로의 마음을 전하는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된다. 무대 전체를 비추는 가로등도 마찬가지다. 원작 드라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어두운 무대를 4개의 가로등이 포근하게 감싼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연차 내고 프로필에 '파업', "삼성 망한 듯"… 내...
교향악보다 실내악에 가깝다. 지휘자가 없는 실내악은 연주자들끼리 서로의 호흡에 맞추며 음악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공연은 27일까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