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진해 신항, 경계 다툼을 넘어 동북아 항만 특구로'
바다의 항계선은 단순한 지도상의 선이 아니다. 국가의 해양 주권과 경제적 권리를 가르는 법적 경계이며, 선박 항행과 안전을 위한 기준이다. 어업, 군사, 환경 관리 등 주민 생활권을 확장하는 실질적 구분선이기도 하다.
국제해양법은 영해를 12해리, 배타적 경제수역을 200해리로 정하고, 중첩될 경우 협상을 통해 경계를 확정하도록 한다. 항계선은 단순한 선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 주민의 이익을 나누는 분수령이다.
진해 신항은 항계선이 육지 경계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행정구역상 경남 창원시 진해에 속하지만, 법적으로는 부산항 신항의 일부로 지정돼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가 관리한다. 본래 진해항 구역이었으나 대형 컨테이너 부두 개발이라는 국가 전략 속에서 부산항으로 통합됐다.
이로 인해 창원시는 세수와 행정 영향력이 제한되고, 주민은 자기 바다를 두고도 타 지자체의 항만 브랜드 아래 놓인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항계선이 국가 전략과 경제적 효율성에 따라 새로 설정되면서 지역의 권리와 정체성이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부산은 이미 과거 김해 군과 양산 군의 일부, 기장 면까지 편입해 도시를 확장한 전례가 있다. 이는 산업 입지 확보와 교통망 정비라는 국가적 필요에 따른 조치였다. 그렇다면 앞으로 진해도 같은 길을 갈 가능성은 크다.
항만과 철도, 도로망의 효율성을 앞세운 통합 논리가 힘을 얻는다면 진해는 부산으로 흡수돼 역사와 정체성이 양분될 수 있다. 그러나 항계선은 단순히 효율로만 설명할 수 없다. 주민 생활권과 역사적 정통성 역시 존중받아야 할 가치다.
국가 전략항만의 성공은 결국 지방자치와의 균형 속에서만 가능하다. 중앙정부가 항만 건설과 관리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역이 소외되고 정체성이 훼손된다면 지속 가능한 발전은 어렵다. 항만은 단순한 물류 거점이 아니라, 그 지역 주민의 삶과 문화, 미래가 함께 숨 쉬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계선 문제는 단순한 선 긋기가 아니라 중앙과 지방의 역할과 권한을 조정하는 정치적 합의의 산물이 돼야 한다.
이제는 갈등의 경계를 넘어 협력의 틀을 모색해야 한다. 해법은 진해와 부산 강서구 일대를 묶어 동북아 항만 특구로 독립시키는 것이다. 세종과 제주가 특별법을 통해 새로운 자치 모델을 연 것처럼, 항만 특별자치구 또는 특별자치시로 지정하면 된다.
강서구와 진해구가 원포인트 통합으로 국가 전략항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지역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 의사결정은 빨라지고 도시 브랜드는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부산과 창원 모두 이익을 공유하고, 진해는 고유한 역사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항만 발전의 과실을 나눌 수 있다.
항계선은 단순히 경계를 긋는 선이 아니라 미래를 여는 선이어야 한다.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되, 지역의 삶과 권리를 존중하는 균형 잡힌 해법이 필요하다. 진해 신항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경계 다툼을 넘어 동북아 최고의 항만 특구로 도약하는 길, 그것이야말로 국가와 지역, 주민 모두에게 이로운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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