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3급 자체승진 후 '인사권 확립' 자화자찬
4급 자리 공석되자 엉뚱하게 집행부에 인사권 넘겨
민주당 일색 거수기 지적 이어 '인사권도 바친다' 비난
전남도 인사적체 일소 해결…직원줄서기 행태 우려도

전남도의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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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의회가 비어있는 서기관(4급) 자리를 자체 승진 대신 집행부(전남도) 인사로 충원하려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불과 며칠 전 도의회 개원 이래 첫 3급 자체 승진 인사를 한 뒤 "인사 독립권을 바로 세웠다"며 떠들썩하게 잔칫상을 차린 것이 낮 뜨거워졌다.


9일 전남도 및 전남도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자 하반기(2~4급 이하) 정기인사에서 전남도의회 개원 이래 최초로 이형래 총무 담당관(4급)이 3급(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지난 2022년 도의회 인사권 독립이 제도화된 이후 도의회에서 나온 첫 자체 고위급 승진 인사였다.

이 과정에서 승진에 탈락한 A 서기관이 최근 공로연수를 신청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도의회는 오는 25일로 예정된 전남도 5급 이하 하반기 정기 팀장급 인사에서 공석이 된 4급 자리를 채운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도의회가 해당 4급 자리를 자체 승진이 아닌 집행부 파견인사로 메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단 점이다.


실제 지난 2일 김태균 전남도의회 의장과 집행부 모 국장은 4급 승진 인사를 골자로 하는 '집행부-의회' 인사안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사실상 4급 자리를 의회 자체 승진이 아닌 집행부 쪽에서 정리하는 식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 인사 시스템상 집행부와 의회 간 인사교류 자체는 절차상 하자는 없다지만, 뚜렷한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도의회가 스스로 집행부 그늘로 들어가는 희대의 촌극이 벌어진 셈이다.


사실 도의회 인사권 독립은 집행부에 대한 감시 및 견제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최근 이뤄진 도의회 3급 자체 승진은 과거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집행부 의회 인사권 독점을 타파하는 동시에 집행부 눈치 없이 인사권 자율화를 확립했다는 점에서 혁신이란 평가까지 받았다.


그런데 이번 4급 인사 포기는 결과론적으로 도의회가 '과거로 회귀'를 선택한 꼴이 됐다는 의견이 봇물을 이룬다.


이러한 사실이 도청 및 도의회 복도통신을 통해 알려지자 도의회 내부엔 불만이 상당한 실정이다. 특히 "의회 인사권 독립의 취지가 훼손됐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 일색인 도의회가 집행부 거수기 역할 뿐 아니라 인사권까지 알아서 가져다 바치는 꼴이 됐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온다.


반면 집행부는 의회 인사권 독립으로 누적돼 왔던 인사 적체에 대한 내부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뜻밖에 횡재를 누리게 됐다. 이를 통해 '조직 다잡기'를 할 수 있는 일종의 무기를 마련한 것이다.


당초 없던 인사요인이 발생하다 보니 물망에 올라가 있는 일부 직원들은 벌써부터 엉덩이가 들썩이는 상황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누구에게 줄을 댈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단 말도 나온다.


도의회 한 직원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의회 인사 독립성이 바로 세워졌다고 난리를 치더니 이게 뭐냐"며 "도의회 내부에서도 얼마든지 인사를 할 수 있는데도 이를 포기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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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의회 모 의원도 "도의회 시스템상 완벽한 인사권 독립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라며 "다만 간혹 집행부에서 승진시키기 어렵거나, 꺼려지는 인물을 승진이란 명목으로 도의회로 보내는 일들이 종종 있다. 도의회가 일종의 도피처가 되는 것인데 이러한 상황들을 필터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호남취재본부 심진석 기자 mour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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