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념형 인간이 아니다. 시사잡지 '시사IN'은 2021년 20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기간에 그가 사용했던 언어를 분석해 "보통 진보·보수의 가치로 내세워지는 자유와 평등·평화·인권 같은 가치지향적 단어가 보이지 않는다. 분배·노동·연대와 같은 전통적인 진보의 단어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13일 경북 구미 유세에서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떠냐. 필요하면 쓰는 것이고, 불필요하면 버리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상징적이다.
그는 실용·이익형 인간이다. 유연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지향점이 분명치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통적인 민주당의 흐름과는 확실히 다른 후보다. 그래서 지금은 대통령 선거라는 시기적 특성상 숨죽이고 있지만 언제든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실용형은 성과형과 통한다. 성과를 보여주면 박수를 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락가락한다" "죽도 밥도 아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 십상이다. 이재명 후보가 기본적으로 안고 있는 과제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념형이다. 곧다. 바르다는 평가 건너편에는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다. 이슈 흐름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기보다 기존 흐름을 고수한다. '윤석열 탈당' 관련한 대응이 상징적이다. 김문수 후보와 과거 함께 활동했던 한 인사는 "고집이 보통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배우자인 설난영씨도 16일 고성국TV에 출연해 "(꼿꼿하고 대쪽 같은 면이) 아마 경북 영천 지역 양반 집안의 특성이 아닌가 생각한다. 점잖고 느리다"고 밝혔다.
보수의 재구성이 요구되는 시점이기에 김문수 후보는 주체가 아니라 순식간에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보수는 김문수 후보가 정치권에 뛰어든 1994년처럼 혁명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판을 새로 짤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오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주체가 될 것인가, 거름이 될 것인가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해결형 인간이다. 그는 정치인들이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부딪쳐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련)의 지하철 시위 방식을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장애인이든 누구든 이런 방식의 시위는 옳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누구는 차별적이라지만, 다른 이는 용기 있다고 응원한다.
이러한 세 후보의 차이는 5월18일 첫 TV토론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재명 후보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경우 대응에 대해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져야 한다"고, 김문수 후보는 "신뢰가 중요하다"며 미국과의 통상 협상 기본 원칙을 밝혔다. 이준석 후보는 "외국 정상들과 소통할 리더십"을 강조했다. 세 후보의 서로 다른 인간형은 그들의 의사 결정 스타일을 짐작게 한다. 이재명 후보는 성과, 김문수 후보는 원칙, 이준석 후보는 효율이 키워드다.
세계는 격변하고 있다. 외교·안보적 불안정성은 높아가고 경제는 하강 조짐이 뚜렷하다. 이러한 '안개 상황'에서 누가 대한민국호를 이끌 것인가. 계엄·탄핵에 대한 평가로 치러지는 6·3대선은 서로 다른 리더십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통합력을 발휘하는 후보가 승자가 될 것이다. 보름 남았다.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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