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이사가 주주권익을 침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판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민사소송 당사자가 재판이 진행되기 전 단계에서 상대방이나 제3자에게서 필요한 증거자료를 강제로 요구해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주주 등이 이사에 대해 민사소송을 해도 부당행위를 입증할 증거는 사측이 대부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불균형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기업 거버넌스 정상화를 위한 소송상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 도입 필요성과 효과'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인사말을 맡은 이남우 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재계와 경제단체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로 경영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배임죄를 대폭 완화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며 "회사법상 배임죄를 폐지하기에 앞서 반드시 선형 도입돼야 하는 제도가 '증거개시제도(디스커버리)'"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가 발제자 나섰다. 그는 "우리나라 기업들 경영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 배임죄를 형사로 다루는 것"이라며 "형사로 다루게 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형사 리스크 증가, 처벌 과잉, 기업활동 위축 등 여러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배임죄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하게 되면 정보 측면에서 불균형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는 "민사소송에서 원고 측이 배임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핵심 증거는 회사 측이 보유하고 있다"며 "내부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워 입증 책임의 극심한 불균형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는 김기홍 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 미국 현지 소송전문 로펌에서 파트너로 재직 중인 한민석 변호사,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을 지낸 김주영 대표변호사(법무법인 한누리) 등이 참여했다.
토론 참여자들도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대해 공감했다. 먼저 김주영 대표는 '아이폰 배터리게이트' 사건을 예를 들면서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주영 대표는 "미국 법원의 디스커버리 절차 결정으로 애플은 원고에게 2019년 말 기준 총 25차례에 걸쳐 760만장 이상의 문서를 공개했다"며 "원고들이 충분한 정보를 확보한 결과 애플이 최대 5억달러 규모의 배상 합의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도 똑같은 소송이 벌어졌는데 애플은 6만명이 넘는 원고들에게 기기 모델, 일련번호, 구입시점, 배터리 교체 여부, 수리 내역 등을 입증방법과 함께 밝힐 것을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김기홍 판사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에게 의무를 위반한 상대에 대한 제재 신청권을 부여하고, 제재수단을 다양화하고 제재 강도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디스커버리 제도가 무조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기홍 판사는 "디스커버리 제도도 장단점이 분명하다"며 "비용의 증가, 분쟁 해결의 지연, 영업비밀 및 사생활 침해, 남용 가능성의 부작용이 지적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성 있는 변호사의 조력과 함께 법원이 제출로 인한 이익과 침해되는 이익을 비교 형량해 심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민석 변호사는 디스커버리 제도에서 부담이 되는 부분은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존 의무가 적용되는 전자 정보의 범위는 계속해서 증가하는데 문서 보존, 수집 및 검토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다"며 "미국에서는 디스커버리 비용을 고려해 소송을 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스커버리 제도의 오남용을 피하기 위해서는 보호 장치도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장 각하 신청이라고 있는데 법원이 디스커버리가 필요한지 아닌지 판단하게 된다"며 "디스커버리 비용에 법원이 불합리 여부를 판단해 보호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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