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중순 폭설 출근길 풍경
서울 역대 가장 늦은 대설특보
"눈길 때문인지 택시가 안 잡히는 바람에 기차표를 두 번이나 반환했어요."
18일 오전 8시께 서울 강북구 솔샘역 인근에서 만난 조모씨(39)는 발을 동동 굴렀다. 밤새 내린 눈이 얼어붙어 도로가 결빙된 데다가 출근 시간대부터 다시 쏟아지기 시작한 눈 때문에 택시를 잡지 못해서다. 이날 지방 출장이 있어 서울역으로 가야 했던 조씨는 기존에 예매했던 승차권을 2차례나 반환한 끝에 40분 만에 겨우 택시를 탈 수 있었다.
때아닌 3월 중순 폭설에 도심 곳곳에서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졌다. 폭설로 인해 의정부경전철 운행이 한때 중단되기도 하는 등 주로 서울 강북권 주민들이 출근길부터 애를 먹었다.
이날 오전 7시45분께 서울 강남역 5번 출구 앞에선 9~10명의 시민들이 보도로 나가지 못하고 서성대고 있었다. 밤사이 많은 눈이 내렸지만 잠시 눈이 그친 탓에 집에서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이들이었다. 도봉에서 강남으로 출근한다는 직장인 김상헌씨(29)는 "오전 6시에 집에서 나올 무렵에는 눈이 안 내리길래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막상 강남역에 도착하고 나니 눈이 많이 내려 옷이 흠뻑 젖었다"고 말했다.
시민 대부분은 겨울 외투를 껴입고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목도리를 칭칭 감고 있는 모습이었다. 인도가 미끄러워 살금살금 이동하거나 물웅덩이를 피해 걷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경기도 수원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장모씨(29)는 "오는 길에 양말이 다 젖었다"며 "편의점에라도 들러 양말을 새로 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중교통은 평소보다 붐볐다. 경기도 성남에서 버스를 타고 출근한다는 강소현씨(37)는 "지난주만 해도 강남까지 앉아서 왔지만, 눈 폭탄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비좁게 서서 왔다"고 했다. 강남역 인근 한 주차장에서 만난 30대 성모씨는 "강북 쪽에서 출근하는데 눈길에 사고가 날까 차들이 모두 속도를 낮추는 모습이었다"며 "평소보다 20분 정도 늦는 바람에 지각할 뻔했다"고 말했다.
광화문역 세종대로 사거리 일대에서는 인도에 쌓인 눈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는 직장인도 볼 수 있었다. 도로에 있는 까맣고 질퍽한 눈이 인도로 튀면서 시민들이 옷을 버리기도 했다. 60대 이모씨는 "길이 너무 미끄러워서 다칠까 겁난다"고 했다. 50대 윤모씨는 "평소 자동차로 출근하지만 오늘은 블랙아이스가 무서워 지하철을 타고 왔다"고 했고, 수유동에서 삼성역으로 출근하는 김소현씨(35)는 "평소보다 사람이 많아 수유역에서만 전철 두 대를 먼저 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 폭설로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일부 도로가 통제됐다. 오전 5시15분께 의정부경전철 전 구간 열차 운행이 중단돼 출근길 승객들이 2시간가량 불편을 겪었다. 서울시 교통정보센터에 따르면 오전 9시 기준 서울시 전체 통행 속도는 시속 17.7㎞였다. 김포와 제주에서 항공기 2편이 결항했고, 목포~홍도, 백령~인천 등 53항로 66척의 여객선도 운항을 멈췄다. 전북·강원·전남 등에선 도로 7개소가, 15개 국립공원에서는 369개 구간이 통제됐다.
'3월 중하순 대설특보'는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특히 서울은 관측이 제대로 이뤄진 1999년 이후 역대 가장 늦은 대설특보로 기록됐다. 이번 춘삼월의 폭설은 영하 40도에 달하는 북극 한기가 급격히 내륙으로 밀려든 것이 원인이다. 차가운 북극 냉기 유입으로 대기가 매우 불안정해졌다는 것이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이은서 수습기자 lib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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