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탄소 배출↓·에너지 효율↑
재생에너지 단점 '간헐성' 극복
발전 단가 차이 좁히기가 관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친환경적이면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소를 이용한 AI 데이터센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혹은 수소(암모니아) 발전을 이용하는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비싼 수소 가격에 따른 높은 발전 단가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경북도는 지난해 12월 구미시, 구미하이테크에너지, 코람코자산운용과 AI 데이터센터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을 위한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투자 협약은 2028년까지 구미하이테크밸리에 2조원들 들여 100㎿ 규모 AI 데이터센터와 60㎿ 규모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올해 안에 데이터센터에 대한 인허가를 모두 받고 내년부터 공사에 착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미 AI 데이터센터는 수소연료전지를 주전원 혹은 보조전원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으로 탄소 배출이 적고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와 같은 무정전(UPS) 전력이 필수적인 시설에서는 수소연료전지가 안정적인 전력원을 제공할 수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은 날씨 조건에 따라 출력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 반면 수소연료전지는 출력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 데이터센터 운영에 적합하다.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100%를 수소연료전지로부터 가져오는 데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 관건은 발전 단가다. 박혜정 구미하이테크에너지 대표는 "회사에서 계산한 바에 의하면 일반전기요금은 1㎾h당 157원이지만, 수소발전은 230~240원 정도로 형성됐다. 이 단가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민간업체가 투자할 경우 정부의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 입찰 시장에 참여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첫 입찰을 실시했는데 1곳만이 낙찰받았다. 다른 참여 기업들은 발전 단가를 맞추지 못했다. 현재는 비싼 수소 가격 때문에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가격을 써내면 수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수소 업계 관계자는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 도입 자체는 올바른 방향이지만, 사업자 입장에선 이익이 안 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입찰 신청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수소발전 업계는 우선 정부의 정책 변화를 기대하며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박 대표도 "착공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2027년 상반기까지 입찰 시장이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발전 단가가 어떻게 형성될지 보고 일반 전기와 수소를 섞는 비율이나 기타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오염물질 발생이 거의 없는 청정수소를 상용화하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는 점도 한계다. 현재 전 세계 수소의 76%는 천연가스에 수증기-메탄 개질 반응을 이용해 생산되는 천연가스 개질 방식이다. 기존 설비를 이용하기 때문에 경제적이지만 개질 과정에서 추가적인 에너지 소모가 필요하며 고온·고압이 요구돼 설비 비용이 많이 든다. 박 대표는 "궁극적으론 청정수소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수익적인 측면을 고려해 다양한 수소 수급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수소 전소 발전을 이용한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 수소 전소 발전이란 수소를 연소한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삼성물산과 한국남동발전은 지난해 11월 총 4조5000억원을 투입해 2032년까지 충남 당진에 900㎿급 수소 전소 발전소와 300㎿급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데이터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수소 전소 발전소는 현재 조성 중인 당진 송산 암모니아 저장소에서 수소를 공급받아 전력을 생산, 인근 데이터센터와 산업단지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수소 전소 발전소는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수소 전소 발전은 앞으로 갈 길이 멀다. 국내에서는 아직 암모니아-석탄 혼소(혼합연소) 혹은 수소-가스(LNG) 혼소 발전을 실증하고 있는 단계다. 수소 전소 발전을 위해서는 별도의 터빈을 개발해야 하며 발전 단가도 높아진다. 이덕한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암모니아를 생산하지 않은 국가에서 암모니아를 이용해 청정수소를 만드는 건 경제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일"이라며 "현재까지 기술적으로는 암모니아 발전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38년까지 청정수소(암모니아) 발전을 43.9테라와트시(TWh)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전체 발전량의 6.2%에 해당한다. 산업부는 지난달 12일 간담회를 열고 석탄가스 연료 화력 발전 중심의 발전 공기업들과 민간 발전사 관계자들과 청정수소 발전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첫 청정수소 발전 입찰에 이어 두 번째 입찰을 올 5월 공고할 예정이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