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이집트 이주 거론…네타냐후 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을 앞둔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주민들을 인근 아랍국가로 이주시켜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해 "그들은 지금 당장은 다른 대안이 없다"며 가자지구 주민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어떻게 그곳에 머물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며 "완전히 철거 현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적절한 땅 한 조각, 또는 여러 조각의 땅을 찾아서 충분한 돈을 투자해 정말 괜찮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면 가자지구로 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NYT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재건하기보다는 팔레스타인인을 위한 새로운 땅을 찾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강제 이주가 아니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가자에 있는 이유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며 "선택지가 있다면 가자지구를 떠나는 것을 매우 좋아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5일에도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이주시켜야 한다며 이집트와 요르단이 더 많은 사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집트와 요르단을 포함한 아랍 국가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는 이 같은 제안을 거부했다. 또 인권단체 등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앞서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한 휴전안 3단계에서 가자지구 재건에 걸리는 기간을 3~5년으로 잡은 것이 실행 불가능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무게를 실었다.
위트코프 특사는 수도·전기 등 인프라가 끊기고 곳곳에 불발탄이 있으며, 건물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고 지적하며 "지면 아래를 들여다보고, 전체 (재건) 계획을 수립할 수 있기 전에 모든 것을 치우는 데만 3∼5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한다"며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그들이 5년 뒤에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건 그냥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CNN은 미국 고위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하마스가 권력에서 물러나고 가자지구를 계속 통치하지 못하게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를 철거 장소로 보고 있다"며 "3~5년 내 재건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 보고, 살기 좋은 상태로 복원하려면 적어도 10~15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며 휴전 다음 단계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19일부터 6주간 이스라엘 인질 33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737명을 석방하는 내용의 휴전 1단계에 돌입했다. 이후 2단계에서 하마스가 모든 인질을 송환하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3단계에서는 영구 휴전과 가자지구 재건을 추진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을 인근 아랍국가로 이주시킨다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가자지구 주민과 주변 국가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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