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238건 경찰 신고
대부분 사건 접수 없이 현장종결
전문가 "피해자 의사 상관없이 처벌해야"
최근 교제 폭력 피해가 증가하고 있지만, 절반 이상이 사건 접수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 수사를 개시하지 않는 처벌불원조항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처벌 의사를 내비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실상 독소 조항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까지의 교제 폭력 신고 건수는 7만2276건으로 하루 평균 238건에 달한다. 이중 사건 접수로 이어지지 않고 '현장 종결'된 건수는 올해 4만41건으로 전체 신고 건수의 55.4%를 차지한다.
연인에 대한 '교제 폭력', '데이트 폭력'으로 불리지만 법적으로 특별한 조항을 적용받지는 않는다. 연인을 폭행하더라도 일반 폭행죄 혐의가 적용된다. 성폭력이 아닌 폭행·협박 등은 형법상 반의사불벌죄가 성립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 법망을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 현재 스토킹과 가정폭력은 법률적으로 피해자 보호 조치가 규정돼 있지만, 교제 폭력은 아직 반의사불벌죄로 분류된다.
교제 폭력과 관련 법안들은 지난 20대 국회부터 발의돼왔지만, 번번이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현재 22대 국회에서도 가정폭력범죄에 친밀한 관계 폭력 범죄를 포함하거나 반의사불벌죄 적용을 배제하는 등 내용의 법률안 3건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처벌불원조항의 폐지와 함께 적극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처벌불원조항은 해외 어디에도 없고 오직 우리나라에만 있는 법안으로 폐지가 당연한 것"이라며 "2022년 신당역 스토킹 범죄 살인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처벌법에서는 삭제된 것처럼 또 다른 피해를 낳기 전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교제 폭력이 발생하는 경우 처벌불원 의사와 관계없이 가해자가 지은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때 사법 정의의 실현이 이뤄질 수 있다"며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주고 스스로 주의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우는 등의 방식으로 피해자에게 접근 자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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