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실적 발표…유가 하락·스프레드 축소 영향
자산 105조원(올 상반기 기준) 규모의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법인이 공식 출범했다. 지난 7월 합병 발표 이후 3개월여 동안 준비절차를 마무리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민간 최대 에너지 회사가 설립됐다. 사진은 1일 SK이노베이션 본사가 자리한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강진형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첫 흑자 달성에도 불구하고 3분기 4000억원대 손실을 기록했다.
유가 하락에 적자전환한 SK이노
SK이노베이션은 4일 3분기 실적을 발표를 통해 매출액 17조 6570억원, 영업손실 423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분기 대비 매출액은 1조 1422억원, 영업이익은 3775억원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 및 주요 화학제품의 스프레드(마진) 축소 등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며 "4분기에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완화 기대감으로 정제마진이 회복세를 보이고, 배터리사업도 고객사의 북미 공장 가동 및 신차 출시 계획 등으로 배터리 출하량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사업에서의 수익 개선에도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 및 주요 화학제품의 스프레드 축소 등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악화했다. SK이노베이션은 "4분기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완화 기대감으로 정제마진이 회복세를 보이고, 배터리 사업도 고객사의 북미 공장 가동 및 신차 출시 계획 등으로 출하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업별로 보면 3분기 석유 사업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및 중국 석유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유가와 정제마진이 하락해 616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화학 사업은 주요 제품 스프레드 하락에 따른 재고 효과 등의 영향으로 14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윤활유 사업은 미국, 유럽시장의 판매량 증가와 마진 개선 효과로 전 분기 대비 220억원 증가한 174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석유개발 사업은 판매 물량의 소폭 감소와 유가 하락에 따른 복합 판매 단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110억원 감소한 1천3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배터리 부문은 흑자를 기록헀지만 소재 사업은 주요 고객사 판매 물량이 감소하면서 적자 폭이 확대돼 영업손실 740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첫 분기 흑자 기록한 SK온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냈다. 지속적인 비용절감을 추진한 덕분이다. 합병법인이 출범함에 따라 향후 재무안정성과 수익성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올해 3분기 매출 1조4308억원, 영업이익 24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10월 SK온으로 독립법인 출범 이후 첫 분기 흑자다. 지난해와 비교해서 매출은 54.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861억원 적자에서 흑자전환했다. 회사측은 "3분기 영업이익은 고단가 재고소진, 헝가리 신규 공장 초기 비용 감소 등 전사적 원가 절감 활동한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SK온은 미국과 유럽 등에 대규모 공장을 잇따라 건설하는 등 확장 경영을 추진했지만 올해 2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배터리 업계 후발주자인데다 전기차 시장 개화에 맞춰 단기간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갔기 때문이다. 이는 그룹차원의 리밸런싱(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공장 증설을 위한 설비투자 투자가 올해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만큼 올해 3분기 흑자 전환은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지난 1일 합병 절차를 마친 데 이어 내년 2월에는 SK엔텀과도 합병한다. 예정된 합병 절차를 최종 마무리하면 합병 전과 비교해 연간 약 5000억원 이상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추가 창출하며 수익 구조를 크게 개선할 전망이다.
또 내년부터는 전기차 캐즘(성장산업의 일시적 수요 정체) 완화와 더불어 신규 공장 가동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SK온은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1·2공장을 운영 중이다. 내년부터는 포드와 합작한 미국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의 배터리 공장이 차례로 가동을 시작한다. 이들 생산라인이 완공돼 모두 가동될 경우 현지 배터리 생산능력은 184GWh로 늘어난다. 전기차 220만대 이상에 들어가는 배터리 규모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시장 상황과 고객사 수요 등을 모니터링하며 계획돼 있는 시설투자(CAPEX) 금액의 절감과 투자 시점 이연 등 관리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CFO는 "시설투자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블루오벌SK(BOSK)와 현대차 합작법인(JV) 프로젝트의 주요 투자가 연내 집행됨에 따라 2025년 이후 시설투자 금액은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포드와 진행 중인 BOSK 프로젝트 중 켄터키 2공장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양산 시작(SOP) 시점을 연기한다. 켄터키 1공장과 테네시 공장은 계획대로 2025년 연내 가동할 예정이다. 현대차 JV 공장 또한 예정대로 2025년 연말 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생산 계획이나 라인 운영 최적화 등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김 CFO는 말했다.
SK온은 4분기에도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바라봤다. 김 CFO는 "2024년의 수요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으나, 4분기에는 고객사의 북미 신규 완성차 공장의 가동 및 2025년 상반기 신차 출시 준비 등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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