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넘는 차기잠수함사업
국내 이어 해외 수주 2차전
기술 유출, 제살깎기 우려
HD현대중공업(현중)과 한화오션이 동유럽 군수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폴란드 정부가 이를 이용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폴란드 정부는 두 기업과 절충교역 협상 과정에서 현지 업체와의 협력 생산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두 기업 간의 경쟁이 기술 유출 등 국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폴란드 해군은 현재 사업 규모 3조 3500억 원의 차기 잠수함 사업 ‘오르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현중과 한화오션이 참여의향서를 제출했다.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수주 등에서 번번이 갈등을 빚은 현중과 한화가 또 한 번 수주전을 벌이게 된 것이다.
현중과 한화오션은 최근 폴란드 정부와 선박 수출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중은 구축함, 한화오션은 잠수함 수출을 노리고 있다고 한다. 폴란드 정부는 절충교역 협상 과정에서 현지 업체와 컨소시엄 등을 구성해 협력 생산하는 방안이나 기술 이전, 자국 내 공장설립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절충교역은 무기 수입국이 수출국으로부터 기술이전이나 자국 부품 수출 등 반대급부를 받는 것을 말한다.
절충교역으로 기술이전이나 수입국 기업과의 협력생산을 하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폴란드 정부의 요구를 무리하게 들어주다 자칫 핵심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폴란드 정부가 현중과 한화가 서로 군수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인 상황을 이용해, 자국에 유리한 조건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어서다. 특히 건조에 10년 가까이 걸리는 선박의 경우, 장기간 현지 업체와 협력 생산을 한다면 기술이 동유럽권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말을 앞두고, 정부의 올해 방산 수출 ‘200억 달러(약 27조5920억 원)’ 목표를 달성하려는 점도 두 기업간 수주전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모자라는 수출 목표를 채우기 위해선 사업 규모가 ‘조(兆) 단위’인 선박 사업에 사활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과 폴란드 잠수함 사업에서 국내 기업이 수주에 성공한다면, 목표액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현중과 한화오션은 캐나다 사업에서도 맞붙는다.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과도 경쟁해야 해 컨소시엄 협력 방안도 점쳐졌으나, 결국 각자 입찰에 나섰다.
정부는 현중과 한화를 조율해야 하는 책임이 커진 상황. 조타수는 방위사업청이 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피땀 흘려 개발한 방산기술이 자칫하면 동유럽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현중과 한화가 무리한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도록 방사청이 신중히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방한 중이던 지난 25일 경남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공장을 찾았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이날 두다 대통령에게 ‘장보고-Ⅲ배치-Ⅱ잠수함’을 소개하기도 했다. 전날인 24일 토마스 슈브릭 폴란드 해군사관학교장은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해 3000톤급 잠수함인 ‘신채호함’ 등을 둘러봤다.
임현경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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