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병원서 치료 28일 만에 퇴원
"의료진에 감사" 1000만원 기탁
"저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치료해준 교수님을 저의 두 번째 아버지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낙뢰를 맞고 쓰러져 심정지 상태에 빠졌던 20대 교사가 사고 28일 만에 건강을 회복해 퇴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교사는 자신을 치료해 준 의료진을 위해 써달라며 후원금을 기탁했다.
전남대학교병원은 "지난 8월 광주에서 낙뢰를 맞아 쓰러진 김관행(29)씨가 28일간의 치료를 마치고 2일 퇴원했다"고 12일 밝혔다.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 교사로 재직 중인 김씨는 지난달 5일 조선대학교에서 연수받던 중 점심을 먹기 위해 교정을 걷다 낙뢰에 맞아 쓰러졌다. 이날 광주에는 오후 3시까지 총 39번의 낙뢰가 관측됐는데, 교정 나무에 낙뢰가 떨어졌을 때 김씨가 옆을 지나가다 감전된 것으로 추정됐다.
인근에 있던 시민이 119에 신고하며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김씨는 심정지 상태로 전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됐다. 병원에서 김씨는 겨우 호흡과 맥박을 되찾았지만, 이미 40여분이나 심장이 멈춰있던 탓에 여러 장기가 훼손된 상태였다. 심장은 5분만 멎어도 혈액과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심장과 폐는 물론 뇌까지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
김씨의 생존 가능성은 크지 않았지만,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조용수 응급의학과 교수는 "솔직히 처음엔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지만, 환자가 젊은 데다가 우리 응급실로 온 만큼 최선을 다해 살려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조 교수는 "심정지가 장시간 진행된 탓에 심장과 폐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응급실에서 급하게 에크모(ECMO·인공심폐기계)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이후 김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져 3일간 에크모로 심장과 폐의 집중 치료를 받았다. 입원 첫날 밤 다발성 장기부전과 피가 멎지 않는 파종성 혈관 내 응고가 닥치는 등 최악의 상황까지 직면했지만, 김씨는 결국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 이후 김씨는 입원 10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다.
조 교수는 "낙뢰 환자는 쉽게 접하기 힘들어 진료 경험이 쌓이기 어렵고 그만큼 치료가 어려운 편"이라며 "김씨는 낙뢰 손상뿐 아니라 심정지 뒤 증후군도 함께 동반돼 치료가 더욱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무엇보다 환자의 살고자 하는 의지와 정신력이 매우 강력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3년 차 교사인 김씨는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이자 국어 과목을 맡고 있다. 건강하게 퇴원했지만, 장기간 입원으로 인한 섭식 장애, 근력 감소, 발뒤꿈치 피부 손상 등으로 아직은 걷기도 힘들고 학교 복귀도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김씨는 "두 번째 삶을 선물해준 조 교수님이 두 번째 아버지"라면서 "하루하루 후회가 남지 않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퇴원 후 감사 인사와 함께 응급의학과 의료진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발전후원금 1000만원을 기탁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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