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상상 결합한 최고의 SF영화
종교·철학까지… 7번째 시리즈 주목
SF 영화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스타워즈’를 떠올리는 분이 많다. 하지만 스타워즈는 과학(Science)과 상상 혹은 소설(Fiction)의 결합이라는 조건에 그다지 부합하지는 않는다. 시공간 배경을 미래의 우주로 삼을 뿐 과학적인 접근이나 고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스타트렉 시리즈나 마블 스튜디오 영화도 마찬가지다. 내가 꼽는 최고의 SF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의 신작이 개봉했다. 이 작품을 최대한 즐길 수 있게 간단한 가이드라인을 준비해볼까 한다.
우주의 괴생물체가 인간을 살상한다는 단순한 설정의 에이리언 시리즈는 무려 1970년대에 시작되었다. 이후 본편 4편, 프리퀄 2편 총 6편이 나왔고, 프레데터와의 대결을 그린 B급 액션영화 ‘에이리언 vs 프레데터’까지 스핀오프로 인정한다면 총 8편이 된다. 거기에 영화의 세계관을 충실하게 유지하면서 비어있는 서사까지 채웠다는 호평 받는 게임과 소설 단편영화 등등을 합치면 수십 편에 이른다. 나처럼 이 시리즈에 미친 사람이 아니라면 이 방대한 분량을 다 소화하긴 어려우니 본편과 프리퀄 6편을 서사의 흐름대로 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먼저 프리퀄 1편인 ‘프로메테우스’는 SF 액션 호러 장르였던 본편 시리즈에 종교적 철학적 주제까지 더해진 걸작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신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신은 왜 인간을 만들었나? 그 질문은 해결되지 않은 채 프리퀄 2편 ‘커버넌트‘로 넘어간다. 고성능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의 비중이 커지면서 전편에서 이어진 주제 의식은 더욱 깊어졌으나 흥행도 저조하고 평가도 엇갈렸다. 이렇게 두 편이 프리퀄이다.
그다음 서사의 흐름을 잇는 작품은 제작 연도로는 제일 앞선 본편 1편이다. 1930년대 생인데 아직도 현역 감독으로 활동하는 리들리 스콧의 할리우드 데뷔작이기도 하다. 원래 공포영화로 기획된 이 영화는 영국 왕립예술대학 출신에 광고 감독으로 갈고닦은 솜씨를 과시하듯 쏟아부은 리들리 스콧 덕분에 위대한 SF 영화로 만들어졌다. 예상 밖의 성공을 이어가야 할 임무를 맡은 사람은 당시 신인 감독 제임스 캐머런. 인터뷰에서 대놓고 리들리 스콧이 우상이라고 밝혔던 그는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액션영화로 방향을 틀어 엄청난 흥행을 터뜨렸다.
덕분에 블록버스터 시리즈가 된 에이리언 3편의 감독은 데이비드 핀처로 낙점되었다. 앞선 두 감독처럼 그 역시 에이리언 연출 이후 ‘세븐’ ‘파이트 클럽’ ‘나를 찾아줘’ 등으로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본편의 마지막 작품은 프랑스의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연출했고 한참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리들리 스콧이 프리퀄을 만든 것이다.
7번째 에이리언 영화인 이번 작품은 이야기 흐름으로는 본편 1편과 2편 사이다. 우주선 이름을 부제로 사용하는 프리퀄의 전통에 따라 ‘로물루스’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그런데 정작 주인공인 그놈은 여태껏 이름이 없다. 영화 제목이 에이리언일 뿐 영화에서는 ‘괴물(monster)’ ‘뱀(Snake)’ ‘괴수(Beast)’ ‘그것(The thing)’ 등등 제멋대로 불린다. 그놈이 알면 서운해서 이를 드러내고 으르릉거릴 것 같다.
전작을 보고 재미없었다면 어쩔 수 없지만 SF나 공포영화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아예 외면하기엔 너무 아까운 콘텐츠다. 한두 편 봤는데 기억이 희미하다는 분들도 위에 말씀드린 순서대로 복습해보기를. 그놈은 정말이지… 아는 만큼 무섭고, 무서운 만큼 재미있는 녀석이니까.
이재익 SBS 라디오 PD·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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