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이유 없이 답답하고 우울할 때, 해결이 필요한 고민거리가 있을 때, 생활에 크고 작은 변화가 필요할 때, 거창한 여행이 아니더라도 일단 동네부터 산책해보는 것은 어떨까. 산책 후에 바라본 세상은 그전과 분명 달라져 있을 것이다. 선택하고 집중해 생각하고 관찰하며 걷는다는 것 자체가 성찰의 행위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가 풀어내는 정교하고 지적인 모험의 세계는, 가상의 것들에 쉴새 없이 몰두해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렇게 주문한다. 혼자 걸으며 나 자신과 대화하라고,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걸으며 서로가 관찰한 세상을 공유하라고. 글자 수 984자.
[하루천자]이토록 지적인 산책<5>-진정으로 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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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면 우리 시각이 얼마나 제한돼 있는지 깨닫게 된다. 우리는 감각적 능력과 인간이라는 조건 그리고 주의 범위가 좁다는 제한을 받고 있다. 그중 적어도 주의력 부족이라는 문제 하나는 극복할 수 있다. 우리는 개와 같은 동네를 걸으면서도 다른 것을 보고, 쥐와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서로 잠든 시각에만 활동한다. 우리는 매일 다른 사람들을 지나치면서도 자기 머릿속을 떠도는 생각들에 사로잡혀 있느라 그들이 아는 것, 그들이 하는 것을 전혀 보지 못한다.


우리 동네를 비롯한 모든 동네에는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빼곡히 들어차 있다. 내가 보지 못하고 놓쳐 버렸던 사소한 것들을 알아보게 해준 것은 나와 함께 걸은 사람들의 전문성 그 자체가 아니라, 그들의 집중에 대한 흥미였다. 나는 선택적 집중을 강화해줄 능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산책의 동반자로 선택했다. 실제로 그 전문가들은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려주었지만 그다음에 감각과 뇌를 조절해 그가 보는 것을 실제로 눈에 담는 것은 나의 몫이었다. 그렇게 한번 집중이라는 선율을 익히고 계속 흥얼거리다 보면, 어느 순간 시야가 완전히 바뀌어 있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중략)

주위를 둘러보고, 주의를 기울기고, '바로 지금'에 충실하라는 말이 독자에게 지겨울지도 모르겠다. 현재를 등한시한다고 꾸짖는 것 같아서 압박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내가 같이 걸은 사람들 대다수는 주의 깊게 보는 것의 전문가인데도 자신이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자책하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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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레 지치지 말기 바란다. 강요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신에게는 하나의 기회가 주어졌을 뿐이다. 우리는 부주의를 권장하는 문화의 산물이다. 하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음으로써, 어쩌면 이 책을 읽기로 함으로써, 당신은 자세히 살펴보는 행위에 가치를 두는 새로운 문화의 일원이 될 수 있다. 관찰하는 사람의 눈앞에는 하찮은 동시에 굉장한 것들의 어마어마한 지층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니, 보라!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이토록 지적인 산책>, 박다솜 옮김, 라이온북스, 1만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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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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