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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개인, 고액 기부’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 별세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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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富)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며 KAIST에 두 차례에 걸쳐 총 515억원을 기부한 정문술(鄭文述) 전 미래산업 회장이 별세했다.


13일 KAIST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전날 오후 9시30분께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6세다.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 2014년 KAIST에 기부 약정식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 2014년 KAIST에 기부 약정식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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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1938년 전북 임실군 강진면에서 태어나 남성고를 졸업했다. 군 복무 중에 5·16을 겪었고, 혁명군 인사·총무 담당 실무 구성원으로 근무하다가 1962년 중앙정보부에 특별 채용됐다.


1980년 5월 고인은 중앙정보부 기조실 기획조정과장으로 근무하던 중 당시 보안사령부가 실권을 잡으면서 해직됐다.


해직 후에는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는 어려움을 겪었고, 그 와중에 어렵게 설비한 풍전기공(금형업체)도 대기업의 견제로 1년이 되지 못해 문을 닫았다.

그러던 중 1983년 벤처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미래산업을 창업하면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일본에서 활동하다 퇴직한 엔지니어를 영입해 반도체 검사 장비를 개발,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사업이 번창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무렵 반도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고인이 중앙정보부에 근무하던 1970년 당시 일본을 방문, 도시바의 트랜지스터 단파 라디오에 적힌 'IC‘라는 글자를 보면서였다. 고인은 저서 ’왜 벌써 절망합니까(1998년)‘에 이와 관련된 일화를 남겼다.


저서에는 무인 검사장비 개발에 도전했다가 기업 활동으로 모은 돈을 몽땅 날리면서 사채에 쫓기게 됐고, 극단적으로 가족 동반자살을 결심한 적도 있다고 적었다. 인생의 굽이굽이에서 적잖은 풍파를 겪었음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반도체 장비의 일종인 '메모리 테스트 핸들러'로 다시 자리를 잡은 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때 매출액을 뛰어넘는 연구개발비를 과감하게 투자, 1999년 당시 선진국에서 독점하던 전자제품 제조 기초 장비 'SMD 마운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고인은 재기에 성공했다.


이후에는 1999년 11월 미래산업을 국내 최초로 나스닥에 상장시키며, '벤처 1세대' 타이틀도 얻었다. 고인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때는 2001년이다. 당시 고인은 '착한 기업을 만들어 달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고인은 두 아들이 회사(미래산업)에 얼씬도 못 하게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저서 '아름다운 경영:벤처 대부의 거꾸로 인생론(2004‘)에서 고인은 "주식회사란 사장의 개인 소유물이 아니어서 2세에게 경영권을 넘길 권리라는 게 사장에게 있을 턱이 없다"고 말했다.


또 "역사가 가르치듯이 '세습 권력'은 대부분 실패한다"고 강조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직전에는 두 아들을 불러 "미래산업은 아쉽게도 내 것이 아니다. 사사로이 물려줄 수가 없구나"라고 양해를 구했을 때, 두 아들은 "아버지께서는 저희에게 정신적 유산을 남겨주셨습니다. 저희는 언제까지나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할 겁니다"라고 화답했다는 내용도 저서에 담겼다.


고인이 생전 KAIST에 2001년 300억원, 2013년 215억을 차례로 기부해 바이오·뇌공학과,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을 설립하는 데 기여한 일화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개인의 고액 기부로는 고인이 국내 첫 사례였다.


특히 고인은 2014년 1월 10일 기부금 약정식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과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개인적 약속 때문에 이번 기부를 결심했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또 "이번 기부는 개인적으로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였으며, 또 한편으로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소중한 기회라는 점에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고인은 2009년∼2013년 KAIST 이사장도 지냈으며, 2014년에는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아시아·태평양 자선가 48인'에 선정됐다.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과학기술훈장 창조장도 받았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건국대 장례식장 202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5일 오전 9시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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