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한 끼에 노년기 우울감도 씻겨...경로당 주5일 무상급식이 불러온 변화
균형 잡힌 식사 무료 제공해 노인 고립 막아
삶의 활력 찾은 노인들, 우울증 완화되기도
안정적인 정책 운영 위해 전문적인 논의 필요
지난 11일 낮 12시께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감로천 경로당.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이 식사하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날 점심 메뉴는 짜장 덮밥과 된장국, 김치, 군만두. 김춘옥 할머니(80)는 매일같이 경로당에 나오며 1년 넘게 복용하던 우울증 약을 끊었다.
김 할머니는 “처음에는 혼자 밥 차려 먹기 힘들어 나왔는데 경로당에 와서 자식 얘기, 사는 얘기 하며 활력을 되찾았다”며 “어느 날 병원에 가니 의사가 우울증 약을 그만 먹어도 된다고 하더라”고 웃어 보였다.
노인 1인 가구가 증가하며 혼자서 끼니를 챙기기 어려워하는 노인이 늘어나는 가운데 ‘경로당 주5일 식사 제공’이 새로운 노인 복지 정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식사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노인의 건강한 노후생활도 도울 수 있어서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우울 증상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만연하다. 65~69세의 경우 우울 증상이 나타난 비율은 8.4%, 70~74세는 12.3%, 75~79세는 15.6%, 80~84세는 19.7%, 85세 이상은 24%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노인 1인 가구 증가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65세 이상 1인 가구는 144만4588명이었으나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22년 197만3416명으로 늘어났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한 아파트 경로당 총무인 이순자씨(78)는 “혼자 사는 분들이 우울증에 더 취약하다”며 “날마다 경로당에 나와 밥을 잘 챙겨 먹고 사람들과 대화 나누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크게 나아진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가운데 복지부는 지난달 1일부터 식사 제공을 주5일로 확대할 방침을 발표했다. 전국 경로당 6만8000여개소를 대상으로 올해에만 800억3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서울시도 관내 경로당 3489곳에 주5일 중식을 제공하고자 지난달 28일 47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종로구, 성북구, 마포구를 비롯한 상당수 지자체에서 하반기부터 경로당 주5일 식사 제공 시행을 검토 중이다.
다만 근본적인 대안 없이 시혜성 정책만 늘어나는 것을 두고 지속성의 문제가 지적되기도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65세 고령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10년 후인 2034년엔 29%로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노인이다. 복지부가 지난해 노인 복지에 지출한 예산은 23조324억원이었고, 올해 예산은 10.5% 증가한 25조4480억원이다. 복지 예산만 속수무책으로 늘고 있어 다가오는 초고령 사회에 대한 고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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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더욱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솔지 동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혜성 정책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필요한 경우엔 명확한 기준과 실행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꼭 필요하다”며 “정책이 지속되기 위해선 주5일 식사 제공의 구체적인 효과와 방법을 증명하고 전문적인 정책 근거에 따라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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