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석학·전문가에게 듣는다]②
야솅 황 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
中, 경제 개혁보다 부채 주도 인프라 투자로
생산성 하락, 저성장 시대 진입
낮은 교육수준 문제…저임금 탓 구매력 낮아
아무리 생산해도 살 사람 없어
中 정부 통제로 경제, 기업 경쟁력 훼손
韓, 美와 밀착…교역국 늘리고 中 의존 줄여야

편집자주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글로벌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을 둘러싼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은 점차 고조되고, 미국은 '과잉생산'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인상해 2차 무역 전쟁을 예고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만 바라보고 있지만 미 경제가 호황을 지속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벗(pivot·정책 전환) 시점 역시 여전히 불투명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은 미·중 갈등과 미국의 산업·통상정책, 거시경제 환경 변화가 미칠 여파를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찾고 있다. 이에 아시아경제는 미국 거시경제·통상·중국·반도체 4개 부문에 걸쳐 미 석학과 전문가, 전직 통상 관료를 인터뷰해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향후 전망,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했다. 인터뷰 기사는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세계사 교수, 야솅 황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경영대학원 국제경영학 교수, 데이비드 웨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원 겸 브루킹스 산하 허친스 재정·통화정책 센터 소장, 바버라 위젤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순서로 싣는다.

야솅 황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경영대학원 국제경영학 교수가 최근 워싱턴 D.C.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권해영 특파원

야솅 황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경영대학원 국제경영학 교수가 최근 워싱턴 D.C.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며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권해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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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과잉생산의 문제는 정부 보조금이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임금, 소비가 낮아 막대한 생산을 흡수할 구매력이 없다는 점입니다. 또 지난 20년간 개혁을 중단하고 부채에만 의존해 성장한 결과 생산성이 크게 저하됐습니다. 중국은 이제 '중진국 함정'에 직면했습니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중국 전문가인 야솅 황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경영대학원 국제경영학 교수는 최근 워싱턴 D.C.에서 진행된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과잉생산 논란과 관련해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이 전기차, 태양광 패널에 정부 보조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과실이 국민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중국의 과잉생산과 불공정 무역관행을 이유로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산 전기차, 철강·알루미늄, 반도체, 태양광 전지 등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했다.


황 교수는 중국의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선 부채에 기반한 인프라 투자에 집중한 결과 생산성이 급격히 하락했고,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의사결정 과정을 독식하면서 오판과 비효율성을 초래했다"며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향상하고 교육에 대한 투자, 임금 상승과 중산층 확대를 통해 구매력을 증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또 미·중 디리스킹(위험 제거) 시대 한국의 전략과 관련해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밀착하되 동남아시아, 인도, 멕시코 등으로 교역 대상국을 다변화해 대중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황 교수와의 일문일답.


-중국 경제는 위기인가.

▲현재 중국 상황은 경제 위기라기보다는 경기 둔화 국면으로 봐야 한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과거 10년(2012~2021년) 동안 6~8%대였다(2020년 제외). 지금은 5~5.5%다. 앞으로는 4%, 3%까지 내려갈 것이다. 지금까지 고속 성장해 온 중국이 경기 둔화, 저성장에 적응하는 건 어려운 문제다.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중국은 지난 20년간 경제 개혁보다 부채를 늘리는 데 집중해 왔다. 1980년대, 1990년대만 해도 경제 개혁, 민영화, 세계화 등 많은 개혁 작업을 단행했지만 지난 20년 동안 효율성 위주의 개혁은 실종됐다. 대신 빚을 내 건물을 세우고 도시를 발전시키는 등 인프라에 투자했다. 이는 비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 중국은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그동안 투자를 확대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중국의 생산성 수치는 매우 악화됐다. 중국의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분의 1로 둔화했다. TFP 증가율이 2008년 이전엔 약 3%였는데 지금은 1% 수준이다.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경제가 더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면서 중국은 더 많은 빚을 내야 했고, 지금 그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성장이 장기간 정체하는 '중진국 함정'에 빠졌나. 중국이 이를 극복하고 선진 경제로 나아갈 수 있을까.

▲중국은 한국, 대만이 경험하지 않았던 큰 문제를 안고 있다. 그동안 빌딩, 공항, 고속도로 건설에는 투자했지만 교육엔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다. 중국 인구 14억명 중 약 40%가 시골에 살고 있고 이들은 양질의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지 못하는 국가들을 보면 대부분 교육 수준이 낮다. 반면 한국과 대만은 국민들이 우수한 교육을 받았고 이로 인해 성공했으며 중진국 함정으로 고통받지도 않았다. (낮은 교육 수준은 구매력 확대로 이어지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미국과 비교하면 중국의 GDP는 상당히 작다. 구매력도 약하다.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으로 중국의 1인당 GDP는 미국의 20% 수준이다. 중국은 부유한 나라가 아니며 여전히 중간 소득 국가다. 빠르게 성장했지만 중진국 함정에 직면했다. 다시 언급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교육이다.


-'피크 차이나' 논란이나 중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일본과 다르다. 중국은 기업가 정신이 발달돼 있고, 경쟁력 있으며 제조업도 발전돼 있다. 또 세계화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다. 문제는 중국 정치, 즉 중국 정부다. 정부는 항상 경제, 사회, 국민을 통제하려 하고, 시장과 기업가에 의사결정을 맡기지 않는다. 정부 의사결정은 오판으로 이어지고, 비효율성을 낳는다. 정부가 기업가 정신과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중국의 과잉생산과 '차이나 쇼크 2.0'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이 과잉생산, 과잉공급을 하고 있다는 건 명백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이 전기차, 태양광 패널에 보조금을 주는 게 아니라 GDP 성장의 많은 부분이 국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중국은 생산에는 강하지만, 소비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GDP 대비 소비 수준이 굉장히 낮다. 원인은 저임금이다. 임금이 낮으면 아무리 많이 생산해도 구매할 사람이 없다. 한국도 과거 박정희 개발 독재 시대에 임금, 노조를 통제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임금이 상승했고 소비자들은 경제가 창출하는 제품, 서비스에 대한 구매력을 갖게 됐다. 구매력 있는 중산층이 생기자 한국은 전략을 바꿨다. 한국의 GDP 대비 민간 소비 비율은 48%다. 미국은 67%다. 소득이 생산을 흡수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이에 못 미치는 38%다. 역시 중국 정치 시스템이 문제다. 민주주의 체제에선 근로자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는데 중국은 그렇지 못하다.


-중국의 과잉생산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촉발하고, 도미노 관세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관세를 올리면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여지가 있어 미국 경제에는 좋지 않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비(非)중국산 제품 수입이 늘고, 이로 인해 중국이 경제 전략을 수정한다면 긍정적일 수 있다. 다만 중국의 가장 큰 문제인 정치가 변수다. 중국 정부가 경제 전략을 바꿀지 확신할 수 없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 무역정책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닮아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1년 실수를 저질렀다. 중국과 관세 협상을 해야 했지만, 전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린 관세를 낮추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야기됐을 때도 중국은 미국이 다른 국가에서 구하지 못하는 물건을 여전히 생산했고, 이는 결국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을 낳았다. 미국이 자체 생산을 원치 않는 많은 제품에 대해선 대중 관세를 낮추는 편이 훨씬 낫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산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한 관세 인상은 경제보다는 정치적인 이슈에 가깝다. 중국 전기차 산업에 있어서 미국은 중요한 시장이 아니다. 다음 선거를 앞둔 정치적인 게임이다.


-미·중 패권전쟁 속에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막을 수 있을까.

▲중국의 부상을 막는 국가가 있다면 유일하게 중국 자신(정치)일 뿐이다.


-한국의 수출 1위 국가가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한국 역시 중국과의 디리스킹이 본격화되고 있는 건가.

▲경제적인 관점에서 한국은 미국, 중국과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현명하다. 하지만 정치적인 관점에선 어려운 일이다. 중국은 북한을 지원하고 대만 이슈에서도 미국과 충돌한다. 한·미·일 삼각 동맹 역시 긴밀해지고 있다. 한국으로선 경제, 정치적으로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이 중요하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중국 외에 동남아, 인도, 멕시코 등 다양한 국가와 관계를 발전시킴으로써 옵션을 열어둬야 한다. 여러 국가에 중국과의 디리스킹과 관련해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중국은 러시아,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며 많은 서방국은 이에 반대한다. 중국에 대한 금융·경제 제재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야솅 황 교수는


야솅 황 교수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중국 전문가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경영대학원 국제경영학 교수를 맡고 있다. 미시간대,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도 역임했다. 미·중 정책과 관련한 아시아 소사이어티 태스크포스(TF) 위원이자, 미국 최고 싱크탱크로 정부의 대외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브루킹스 연구소,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미·중 협력에 대한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23~2024년에는 워싱턴 D.C. 우드로 윌슨 센터 키신저 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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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교수는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및 정치 시스템에 상당히 비판적이다. 지난해 출간한 저서 '이스트(EAST)의 흥망성쇠'를 통해 중국의 과거제(Exams)·전제정치(Autocracy)·안정성(Stability)·기술(Technology)이 어떻게 중국의 성공을 가져왔고 왜 중국의 쇠퇴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집중 조명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하버드대와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수학했다.


워싱턴=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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