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량지출 10% 이상 군살빼기…재정준칙은 달성 힘들듯
기재부 예산안 기금운용계획
도덕적 해이 누수사업 기준 변경
경직성 지출도 개편
기재부 "건전재정 기조 내년에 확립"
정부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강력한 지출구조 혁신에 나선다. 국정과제를 제외한 모든 재량지출을 10% 이상 감축하는 구조조정은 물론 도덕적 해이로 누수가 발생하는 사업을 찾아내 지원 기준을 변경하는 등 경직성 지출도 개편하기로 했다. 예산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지출 효율화도 이어간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재정준칙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 작성 지침’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재량지출의 10%를 감축하기로 했다. 재량지출은 정부가 정책적 의지에 따라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예산이다. 국채이자나 복지분야 법정지출과 같은 의무지출, 경직성 경비 등을 제외한 나머지다.
올해는 경직성 지출 사업도 전면 개편한다. 경직성 지출이란 법에 따라 반드시 돈을 써야 하거나 예산을 쉽게 조정할 수 없는 사회보장성 지출을 말한다. 통상 국민기초생활보장 급여나 각종 연금 등의 복지가 포함돼있기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도 조정이 어려웠다. 이에도 불구 국가재정운용계획 상 의무지출 비중이 지난해 이미 53.3%를 넘어섰고, 2027년 56.1%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구조조정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경직성 지출에서 누수가 없는지부터 점검한다. 사회보험 부정수급을 점검하는 등 도덕적 해이 발생 우려가 있는 지출사업을 찾아내는 식이다. 허점이 발견되면 경직성 지출이라도 지원기준과 수준을 개선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코로나19 예산을 정리했고 올해 보조금 사업을 손본 데 이어 내년 경직성 지출 개선까지 완료해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업 재검토 지출 효율화...재원 간 칸막이 해소
김동일 기재부 예산실장은 “(순수하게 추정하는) 재량지출은 120조원에서 140조원 정도”라면서 “작년에 올해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23조원 (감축을) 말씀드렸지만, 결과적으로 20%인 24조원을 감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도 예산안의 전반적인 상황을 보고 난 뒤 (구체적인 재량지출 액수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모든 재정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원점 재검토하는 ‘제로 베이스’ 평가도 이어간다. 보조사업 연장평가, 재정사업 자율평가, 일자리 사업 평가 등에서 성과가 미진하다고 판단된 정책은 예산을 삭감하거나 폐지한다.
재원 간 칸막이를 해소한다. 여유재원이 있는 기금이나 회계는 효율적인 사업운영을 위해 다른 기금·회계로 전출하거나 예탁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교육 교부금과 같이 여유재원이 있는 기금의 역할도 일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만든 재정준칙...내년에도 달성 어려울 듯
내년에도 건전재정 기조를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지만, 핵심으로 꼽히는 재정준칙은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 중인데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재정준칙을 강조하는 기재부가 정작 스스로 만든 기준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2년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5.4%였고, 올해도 3.9%로 기준치를 넘긴다.
재정준칙 달성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대대적인 감세정책이 꼽힌다.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하려던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했다. 정부·국회예산정책처는 금투세로 약 8000억원의 세수가 걷힐 것으로 예상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임시투자세액공제 조치 역시 1년 연장되면서 1조500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데 따라 세금 3000억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에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배당을 늘린 기업의 법인세를 깎아주는 방안까지 내놨다.
기재부는 당초 내년에는 재정준칙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기재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2조2000억원이다. GDP 대비 2.9%로 재정준칙에 부합한다. 당시 정부는 내년 이후에는 재정준칙에 맞춰 적자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계획이 정상적으로 이행되면 2027년 해당 지표는 2.5%까지 낮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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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서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은 “건전재정 기조를 정부가 전환했고 내년에 확립한다”면서도 “준칙 얘기도 나왔지만 균형재정까지 가기에는 전 정부에서 적자 폭을 너무 키워놓은 측면이 있어서 단숨에 가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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