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계속 쓴다는 응답 26% 그쳐
전환지원금 도입에 알뜰폰 업계 '위기'
도매대가 개별 협상까지 첩첩산중

휴대폰 교체 예정인 알뜰폰 이용자의 절반가량은 단말기 보조금이 많다면 이동통신 3사로 갈아탈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부가 통신 정책 전환으로 알뜰폰 업계의 고민이 현실화되고 있다. 보조금 시장이 풀려 이통사 간 고객 유치 마케팅이 과열되면 저렴한 요금제로 인기를 끌었던 알뜰폰 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20∼64세 휴대전화 이용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교체할 예정인 알뜰폰 이용자의 48%는 이통 3사의 단말기 보조금이 많다면 '이통사로 이동하겠다'고 답했다. '알뜰폰 통신사를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자는 26%에 그쳤다.

최근 늘고 있는 자급제(단말기를 별도로 구입한 뒤 원하는 통신사에서 개통) 구매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 교체 예정자의 절반 이상(51%)이 자급제를 선택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지만, 단통법이 폐지될 경우에는 자급제를 이용하겠다는 답변이 25%로 줄어들었다.

서울 시내 전자상가 휴대폰 판매점에 붙은 이동통신 3사 로고.[사진제공=연합뉴스]

서울 시내 전자상가 휴대폰 판매점에 붙은 이동통신 3사 로고.[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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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지원금 경쟁 판이 깔리면서 저렴한 요금제 상품으로 가입자를 늘려왔던 알뜰폰 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방통위는 최근 단통법 시행령 고시를 제·개정해 이동통신사가 번호이동 고객에게 최대 50만원의 전환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이통 3사가 공시한 전환지원금은 5만~13만원으로 상한선을 밑도는 수준이지만, 방통위는 이통 3사를 불러 전환지원금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아직 이동통신사업자 간 지원금 경쟁을 본격적으로 하지 않은 상태일 뿐"이라며 "한 곳이 지원금을 확대하면 나머지 사업자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고 시장이 익으면 알뜰폰 시장은 큰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염려했다.

알뜰폰은 2012년 이동통신 3사 중심 통신 시장에서 경쟁을 활성화하고 이용자에게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하기 위해 탄생했다. 자급제로 단말기를 구입해 유심을 끼우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약정 없이 자유롭게 휴대폰을 사용하려는 이용자에게 인기를 끌어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발표한 1월 알뜰폰 이용자 수는 884만5434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이용자 5622만1983명의 약 16%를 차지하고 있다.

"단말기 지원금 늘면 이통3사로 옮기겠다니…" 알뜰폰 업계 시름 원본보기 아이콘

이러한 알뜰폰 시장의 성장은 저렴한 요금제 덕분에 가능했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는 5G 기본 요금제 가격이 4만5000~4만9000원대에 형성돼 있는 반면, 비슷한 데이터 용량을 제공하는 알뜰폰 요금제는 1만원대에 불과하다. 실제 아시아경제가 의뢰해 오픈서베이가 지난해 10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를 선택할 때 통신 요금을 고려한다는 응답이 62.2%로 가장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단말기 가격을 일시에 할인해주는 이동통신사 지원금이 확대되면 알뜰폰 사업자에겐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밖에 없다. 이동통신사가 보조금을 내세워 공격적으로 가격 경쟁에 나서면 저렴한 요금제 가격 때문에 알뜰폰을 이용했던 이용자들이 다시 이동통신사로 돌아갈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 다른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휴대폰을 굳이 사용하지 않는 노년층이나 약정 없이 자유롭게 휴대폰을 사용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알뜰폰 수요가 여전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원금이 확대되면 장기적으로는 (이동통신사로 넘어가는 고객)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말기 지원금 늘면 이통3사로 옮기겠다니…" 알뜰폰 업계 시름 원본보기 아이콘

게다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따라 알뜰폰 사업자가 직접 통신사와 망 도매대가를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라 알뜰폰 사업자들은 첩첩산중이다. 지금껏 협상력이 낮은 알뜰폰 사업자들을 대신해 정부가 SK텔레콤과 협상해 왔는데, 내년부터는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도매대가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협상이 아니라 통보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며 "협상 통해 도매대가를 낮추지 못하면 알뜰폰 가격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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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연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알뜰폰 업체가 우려하는 부분인 MVNO(알뜰폰)에서 MNO(이동통신사업자)로 옮기는 고객 수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지만, 아직 많이 넘어가는 추세는 보이지 않는다"며 "업계 이야기를 계속 들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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