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법무팀·대형로펌 인재
리걸테크 스타트업으로 이직 붐
생성형 AI 등장하며 잠재성에 주목
안정적인 직장으로 꼽히던 대기업 법무팀, 대형 로펌 등을 그만두고 리걸테크 스타트업으로 옮기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장과 함께 리걸테크 잠재성이 주목받으면서 기존 법률 업무를 넘어 AI 학습·프로젝트 총괄 등 제품 개발 최전선까지 법조인들의 참전이 확장되는 추세다. 각종 법률정보 서비스가 법률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필수 도구로 자리매김하면서 리걸테크가 개화기를 넘어 본격적인 성장기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AI 리걸 솔루션 기업 BHSN(대표 임정근)은 올해 1월 삼성 법무팀 출신 변호사 2명을 영입했다. 삼성중공업 법무팀과 준법경영실, 삼성물산 컴플라이언스팀에서 근무한 김현근 변호사(47·사법연수원 40기)와 법무법인 율촌을 거쳐 삼성전자 컴플라이언스팀에서 일했던 박선동 변호사(47·38기)다.
이들은 리걸테크 서비스 개발과 기획에 직접 참여한다. 박 변호사는 AI가 법률 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라벨링과 피드백 업무 등을 맡고 있다. 또 김 변호사와 함께 AI 솔루션 기획에도 참여해 컴플라이언스, 조세 등 새로운 분야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법률 AI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앤굿(대표변호사 민명기)에는 지난해 12월 대형 로펌 출신의 박수진 변호사(34·변호사시험 7회)가 합류했다. 수학과 전공으로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 세종 등을 거친 그는 로앤굿의 소송금융 업무를 총괄하며 AI 학습 자료를 가공해 법률 AI 챗봇을 고도화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법조 업무에 필수"…1세대 리걸테크 안착도 자극= 리걸테크 업계로 이직 행렬이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판례 검색과 법률문서 작성 등 관련 기술이 고도화되는 것을 일선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법무팀과 로펌 대다수가 법조인 정보 파악이나 판례 검색, 법률 문서 관리 등에 리걸테크를 활용하고 있다.
최근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리걸테크 1세대 개척자들의 ‘성공 케이스’들도 3040 변호사들의 이직을 부추기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출신 이진 대표(42·38기)가 2019년 설립한 판례 검색 서비스 업체 ‘엘박스’는 지난달 판결문에 기반해 변호사를 검색하는 ‘엘파인드’를 새로 선보였다. 다음달 출시를 목표로 법률 AI 서비스 ‘엘박스AI’를 개발 중이다.
미국 퍼듀대 연구원 출신인 임영익 변호사(54·41기)가 2009년 설립한 인텔리콘은 AI 문서검색·분석 솔루션 ‘도큐브레인’ 등을 선보였다. 지난달에는 국내 법률에 특화한 언어 모델 ‘코알라’ 개발에 성공했다. 법무법인 세종에 근무하다 2020년 로앤굿을 세운 민명기 변호사(37·45기)는 지난해 3월 국내 최초로 소송금융 서비스를 시작해 30건 이상을 집행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밖에 판례 검색 사이트 ‘케이스노트’를 만든 김민균 변호사(44·1회), 법률 플랫폼 ‘로톡’, 코드 및 판례 사이트 ‘빅케이스’ 개발을 주도한 이상후 로앤컴퍼니 AI팀장(37·2회) 등은 카이스트(KAIST) 학부 출신으로 국내 리걸테크 중흥을 이끌고 있다.
◆美 1위 업체 한국에 출사표…리걸테크 경쟁 가속= 리걸테크 시장 주도권을 두고 국내외 업체들의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미국 리걸테크 1위 업체인 렉시스넥시스는 19일 자사 법률전문 AI 솔루션 ‘렉시스플러스 AI(Lexis+ AI)’를 한국에 공식 출시했다. 사용자가 대화하듯 질문하면 답을 주고 문서 요약과 초안 작성도 한다. 대부분 전문이 공개되는 미국 판례 등 방대한 법률 데이터를 학습해온 덕분에 한국 리걸테크와 비교해 답변의 완결성이 높고 환각(Hallucination) 증세도 적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랙슨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세계 리걸테크 기업은 8228개다. 미국에만 도큐사인(Docusign), 피스컬노트(FiscalNote) 등 3215개의 리걸테크 기업이 있다.
한국은 리걸테크 기업이 40여개 수준으로 규모 면에서 열세다. 하지만 최근 생성형 AI 관련 서비스를 쏟아내며 본격적인 리걸테크 시장 개방에 대비하고 있다. 인텔리콘은 지난해 5월 AI 상담 솔루션 ‘로(Law) GPT’를 출시했다.
로앤굿도 같은 달 챗GPT를 활용한 AI 법률상담 서비스 ‘로앤봇’을 공개했다. 업체 간 합종연횡도 이어지고 있다. 로앤컴퍼니는 국내 AI 전문 업체 업스테이지와 법률 특화 거대언어모델(LLM)인 ‘솔라 리걸’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홍수정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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