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대 꺾인 '에루샤'…불경기에 가격 인상 '주춤'
루이비통·샤넬 가격인상 속도 조절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백화점 판매 부진
선물 수요 급증하는 연말 기습인상 가능성
세계 3대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올해 가격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인해 판매가 부진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표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은 올해 들어 각각 1회, 1회, 2회 가격을 올렸다. 지난해 루이뷔통과 샤넬이 각각 2회와 4회에 걸쳐 가격을 인상한 것과 비교하면 횟수가 대폭 줄어든 것이다.
올해 이들 브랜드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을 올린 브랜드는 샤넬로,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주요 제품 가격을 연초 대비 12%가량 인상했다. 대표 제품인 ‘샤넬 클래식 스몰’은 1237만원에서 1390만원으로 12.36%, ‘샤넬 클래식 미듐’은 1316만원에서 1450만원으로 10.18%, ‘샤넬 클래식 라지’는 1420만원에서 1570만원으로 10.56% 뛰었다.
에르메스와 루이비통은 가방과 의류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각각 1월과 6월에 한 차례씩 10% 안팎으로 인상했다. 대표 제품인 에르메스 ‘린디26’은 1023만원에서 1100만원으로, ‘김희애 백’으로 유명한 ‘카퓌신MM’은 984만원에서 1055만원으로 뛰며 두 제품 모두 1000만원선을 훌쩍 웃돌게 됐다.
구찌, 프라다 등 주요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도 이어졌다. 다만, 이들 브랜드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인상 폭과 횟수를 줄이며 속도를 조절했다. 대표적으로 프라다는 올해 1월, 3월, 8월 세 차례에 걸쳐 주요 의류와 가방 가격을 연초 대비 10% 가까이 인상했는데, 프라다가 연내 더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면 최근 3년간 가장 적은 횟수로 가격을 인상한 해로 기록된다. 프라다는 2021년에 여섯 차례, 지난해에는 네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구찌는 지난 4월과 10월, 12월에 세 차례 가격을 올렸다. 4월에는 ‘GG마몽 라인’이, 10월에는 ‘아이유 백’으로 유명한 ‘홀스빗 1955’ 라인이 5~6%가량 인상됐고, 12월엔 ‘오피디아’ 라인이 10~12% 올랐다. 구찌는 2021년에 다섯 차례, 지난해 세 차례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명품 브랜드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보복 소비 여파로 불티나게 팔리면서 가격을 대폭 올렸지만, 올해 고금리·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얼어붙자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백화점 3사(롯데·현대·신세계)의 명품관 매출 신장률은 크게 둔화했다. 가장 감소 폭이 컸던 신세계백화점은 2021년 40%를 웃돌던 신장률이 지난해 24.8%, 올해 0.3%로 급감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올해 각각 5%와 5.4% 성장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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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선물 수요가 폭증하는 연말 이벤트가 남은 만큼 연말연시를 겨냥한 '기습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상 에르메스와 구찌는 매년 연말과 연초에 가격을 크게 올렸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해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난해보단 명품 소비가 확실히 덜하다"면서 "아무리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라고 해도 가격 인상을 전처럼 단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매년 소비가 증가하는 연말연시에 가격 인상이 이뤄진 만큼 올해도 한 두차례 더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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