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폐광 갱내수의 변신…시멘트·스키장 눈도 만든다
태백 함태 탄광 수질정화시설 탐방
철 포함 슬러지 시멘트 부재료로 활용
하이원리조트는 갱내수를 제설용수로
함태 탄광 수질정화시설의 박용훈 소장이 침전조를 가리키며 탄광 갱내수 처리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침전조에서는 스크래퍼가 천천히 회전하며 슬러지가 가운데로 모인다.
지난 7일 강원 태백에 위치한 함태 탄광 수질정화시설. 바로 옆 함태 탄광에서 흘러나온 물이 쉴새 없이 흘러들어왔다. 전날에만 하루 동안 529만 리터의 물이 유입됐다고 한다. 언뜻 보기에 맑아 보였지만 이 물속에는 철, 망간, 비소 등 중금속이 가득 들어있다. 물속 철의 농도는 25.4ppm으로 청정지역 허용치(2ppm)의 13배에 해당한다. 망간의 농도는 3.6ppm으로 허용치(2ppm)를 훌쩍 뛰어넘는다.
1993년 함태 탄광이 폐쇄됐을 때만 해도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다. 폐광에서 흘러나온 갱내수는 그대로 인근 소도천으로 흘러 들어갔다. 하천은 각종 중금속으로 뻘겋게 오염됐고 생태계는 파괴됐다. 뒤늦게 심각성을 알아차린 정부는 수질정화시설 건설에 들어갔다. 총 3단계에 걸쳐 115억원이 투입된 공사는 2020년 말 완료됐다.
수질정화시설로 들어온 탄광 배수는 중화제를 투입해 수소이온농도(PH)를 조절하게 된다. 처음 맑아 보였던 물은 이온 상태의 철이 산화되면서 시뻘겋게 본색을 드러낸다. 이 물에 응집제를 투입하면 금속 수산화물이 서로 뭉쳐 작은 알맹이를 형성하게 된다.
이후 갱내수는 바로 옆 지름 30m, 깊이 5m의 연못 크기의 침전조로 옮겨진다. 침전조의 스크래퍼가 천천히 회전하면 물속의 금속 알갱이들이 중앙으로 모여 슬러지(찌꺼기)를 형성하게 된다. 철 성분이 다량 함유된 슬러지는 그냥 버려지지 않고 산업적으로 재활용된다. 김태형 한국광해광업공단 강원지사장은 “슬러지는 물기를 제거한 후 인근 시멘트 공장으로 공급돼 시멘트 재료로 활용된다”고 전했다.
중금속들을 걸러낸 물은 마지막으로 여과조를 거쳐 소도천으로 방류된다. 기자가 찾은 날 소도천은 과거 새빨갰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방류수의 PH 농도는 8.4였으며 철과 망간의 농도는 각각 0.01ppm, 0.04ppm을 기록했다. 관리동에서는 방류수를 이용해 금붕어를 키우고 있었다. 청정수에만 산다는 수달도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함태수질정화시설의 박용훈 소장은 “유입부터 방류까지 오염수를 처리하는 기간은 약 이틀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정화된 탄광 갱내수가 활용되는 곳이 또 있다. 바로 스키장이다. 8일 방문한 강원 정선 하이원리조트는 이날 마침 개장일을 맞아 이른 아침부터 스키어들로 붐볐다. 이들이 타고 내려오는 슬로프의 인공 눈은 바로 정화한 갱내수를 이용해 만들었다.
인근 폐광 지역의 갱내수는 제설용수처리장에서 정화한 뒤 광해광업공단의 역삼투압 설비를 통해 무릉댐으로 공급된다. 하이원리조트는 이 무릉댐의 물을 길어다 제설용수(2차 처리수)나 워터파크 용수(3처 처리수)로 사용하고 있다. 스키 시즌에 리조트가 사용하는 물은 하루 평균 3000t에 달한다. 갱내수를 활용하기 때문에 겨울 가뭄이 와도 물 걱정없이 인공 눈을 만들 수 있다.
석탄은 60~70년대까지 한국 사회의 주에너지원이었다. 국가 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오던 탄광은 80년대 들어 석유로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잇따라 문을 닫았다. 수많은 광산이 폐광되면서 광산 지역에서는 폐갱구에서 서서히 중금속 등에 오염된 광산 배수가 유출되는 등 광해 문제가 발생했다. 광산 배수를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인근 지역의 물과 토양을 오염시켜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
광해광업공단은 전국 305개 광산 505개 지점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실태 조사 결과 189개 광산에서 오염이 확인됐다. 이중 48개 광산(59개 시설)에 정화시설을 설치해 광산 배수를 처리중이다. 나머지 141개 광산(169개 발생지점)에서 사업 추진이 검토될 예정이다.
문을 닫은 탄광이 복합문화시설로 탈바꿈하는 곳도 있다. 국내 최대 민영 탄광이었던 옛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부지는 지난 8월부터 탄광문화공원으로 조성중이다.
강원랜드는 과거 사북광업소의 옛 시설을 활용해 전시, 체험, 공원 등을 아우르는 탄광문화공원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말 준공해 2025년 초 문을 여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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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은 현대식 건물로 꾸미되 과거 인부들이 사용하던 탈의실, 세탁실, 샤워실, 화장실, 사무실, 연결통로, 권양기실 등의 내부 공간은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곳에는 과거 사북광업소 인부들이 사용하던 6만5000여점의 유물들도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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