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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실의 바보?…물가와 경기 사이 복잡해진 각국 중앙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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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럽 피벗 압박 직면"

지난해부터 물가 통제를 위해 가파른 금리 인상에 나선 각국 중앙은행들이 물가 안정을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경기 침체를 막아내야 하는 이중 난제에 봉착했다.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번갈아 가면서 틀어대는 ‘샤워실의 바보(밀턴 프리드먼)’처럼 정책 실패를 피하기 위해 과잉긴축뿐만 아니라 과소긴축을 우려해야 하는 딜레마적 상황에 빠져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피벗(pivot·방향 전환) 압박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뒤늦게 대응했다는 논란을 빚은 지 2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통화정책 실패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이네스 맥피는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완화하면서 중앙은행들이 (또다시) 정책 실패를 저지를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방향 전환을 촉구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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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중에서 상대적으로 긴축 사이클에 늦게 돌입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은 이 같은 피벗 논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 지표는 최근 3개월 연속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유로존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1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인 2.4%로 떨어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물가 목표치 2%에 근접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들어 ECB가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경제학자들은 ECB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예측했다. 반면 최근 ECB는 채권 매입 종료 시점을 예정보다 앞당기는 등 긴축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여전히 장기간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시장은 피벗 시점을 가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1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스펠만 대학에서 열린 헬렌 게일 총장과의 대화에서 "금리 인하 시점 예측은 너무 이르다"며 매파적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반면 시장은 Fed가 제시하는 통화정책 방향에 의구심을 던지며 금리(5.50%) 동결에 베팅하고 있다.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오는 12~13일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샤워실의 바보가 될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는 가운데 피벗의 시계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외신들은 고금리 장기화 환경에 따른 민간 소비 둔화와 중국, 미국, 유럽 등 경제대국들의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내년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탈리아처럼 부채가 많은 일부 국가들이 약한 고리가 돼, 현재의 긴축적인 환경이 글로벌 침체를 심화시키는 쪽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경고다. 내년 세계 곳곳에서 열릴 중요 선거들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영국 한 외신은 "내년 주요국들의 대선과 총선이 모여 있는 상황에서 수요 둔화와 실업률 증가, 높은 주택담보대출로 고통을 겪는 국민들의 이자 부담 완화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짚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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