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투자자에게 피해를 준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주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송환이 임박해지면서 우리 법무부와 검찰이 국내 송환 가능성을 대비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송환 경우의 수가 우리나라와 미국, 둘로 좁혀진 가운데 국내에선 강력한 처벌을 통한 단죄를 위해 권 대표를 보다 무거운 형을 받을 수 있는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반면 법조계에선 우리나라로 데려와도 '무기징역형'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권 대표를 송환받아 철저한 조사와 투자자들의 손해 복구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연합뉴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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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외신들과 법조계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사법당국은 권 대표의 형기가 끝나는 내년 3월께 송환지를 결정한다.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의 손에 달렸다. 권 대표는 위조 여권으로 출국을 시도하다 붙잡혀 몬테네그로 법원에 공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돼 지난 17일 2심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지난 24일에는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권씨의 인도를 위한 법적 요건이 충족됐다고 발표하면서 송환의 길이 열렸다.


권 대표가 운영한 가상화폐로 피해를 본 국가 중 우리나라와 미국만이 송환을 요청해 선택지는 둘이 됐다. 현재로선 우리나라보다 미국에 송환됐을 때 권 대표가 더 무거운 형벌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미국은 우리와 달리 유죄가 인정된 혐의를 모두 합해서 형을 선고하는 '병과주의'를 원칙으로 해 100년 이상의 형 선고가 가능해서다. 우리는 여러 혐의에 대해 무기징역이 아닌 유기징역형과 유기징역형 등 같은 종류의 형을 선고할 경우 가장 처벌이 센 혐의에서 정한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형을 가중하는 '가중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대체로 형이 50년을 넘지 않는다. 현재 적용된 혐의도 우리는 증권사기·배임 등 5개, 미국은 금융사기·시세조작 등 8개로 미국이 더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권 대표가 송환된 후 추가 조사를 통해 혐의가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미국 법조계에 밝은 변호사들의 전망을 종합해 보면, 권 대표가 미국에 송환됐을 때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형량은 90~110년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무기징역 선고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화폐인 테라·루나를 우리 자본시장법 제4조 6항이 정의한 '투자계약증권'으로 볼 수 있다면 테라·루나의 가치를 좌지우지한 권 대표의 행위도 시세조종으로 보는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 법원은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 최대 무기징역으로 처벌하고 있다. 법무부가 형법에 '가석방 없는 무기형' 신설을 추진하고 있는 현재 상황과 맞물려 권 대표가 이 조항의 첫 대상자가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권 대표가 우리 법원에 기소될 경우 테라·루나의 증권성 인정 여부가 재판의 쟁점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투자계약증권을 포괄적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우린 매우 엄격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가상화폐인 테라·루나의 증권성도 인정받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성이 인정됐을 때 가상화폐에 무분별한 투자가 몰리게 될 부작용을 우려해 우리 법원은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이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전 총괄대표 등 권 대표와 함께 테라·루나 폭락사태를 일으킨 핵심 인물 11명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13번을 모두 기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테라·루나에 증권의 성격이 있다고 보고 신 전 대표 등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혐의에 다툴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다만 법원의 기조가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는 시각도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최근 많이 달라졌고, 특히 투자자 약 28만명이 수조원의 피해를 본 테라·루나 사태가 엄중해 관련자들에게 중형을 내려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법원이 지나치긴 힘들어 보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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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일단 권 대표가 국내로 송환될 경우 시세조종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시세조종 혐의를 입증할 정황들도 상세히 수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1월 초에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권 대표가 테라폼랩스 직원과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을 입수했다. 이곳에는 권 대표가 해당 직원에게 테라의 시세를 조종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구체적으로 내리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화 등을 바탕으로 검찰은 권 대표가 외부 활동에선 테라를 실제 자산 가치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으로 가치 변동성을 최소화했다고 홍보하면서도 뒤로는 특정 가격에 맞춰 시세조종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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