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체 헌법재판소 ‘개점휴업’… 이달 정기 선고 못 열어
여야, 국감서 ‘사건 적체 심각’ 질타… 헌재소장 인준 절차 차일피일
국회서 낸 ‘권한쟁의·탄핵심판’ 산적… 불완전체, 중요사건 선고 어려워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 공백 상태가 이어지면서, 헌법재판소가 매달 열리는 결정 선고를 이번 달 하지 못하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헌재는 통상 매월 마지막 주 또는 넷째 주에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 등 사건에 대한 결정 선고를 진행해왔다.
22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헌재는 유남석 전 헌재소장의 퇴임으로 인한 후속 인선 절차가 늦어지고 있는 탓에 이달 정기 결정 선고기일을 열지 못하게 됐다.
문제는 헌재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9명의 완전체가 구성되지 못하면서, 중요 사건의 결정뿐만 아니라 심리도 덩달아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헌재에서 다루는 모든 사건은 대법관 13명이 심리·판단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와 같은 구조다. 통상 재판관 9인의 체제가 완비된 상태에서 사건에 대한 심리가 진행된다.
헌법재판소법상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할 수 있어 헌재소장이나 재판관의 일부 공백이 발생하더라도 심리는 가능하지만, 합헌과 위헌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건의 경우 심리를 진행해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 특히 법률의 위헌 결정이나 헌법소원 인용 결정, 탄핵 인용 결정 등 대부분 중요 사건은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재판관의 일시적 공석 상태 등을 대비해 7인 이상이라는 심판정족수를 법률상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것으로 헌법기관에 공석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흠결이 될 수밖에 없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불완전체로 위헌법률심판 또는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선고를 하게 되면 반쪽짜리 결정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판관 9명이 모두 심리·결정에 참여하지 못한 사건의 결과를 청구인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현재 헌재에는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건이 산적해 있다. ▲국민의힘이 낸 더불어민주당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 관련 권한쟁의심판 ▲정기국회 내 탄핵안 재발의 금지 가처분 신청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 직무감찰을 두고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안동완 부산지검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등이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의 선고를 해야 한다. 다만 강행규정이 아니어서 180일 이후 선고해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이처럼 헌재에 시급을 다투는 사건이 쌓여가는 상황에서 국회는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이미 인사청문회를 마친 이종석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헌재소장 임명은 국회 동의가 필요해 청문보고서 채택 이후 국회 본회의에 임명동의안을 상정하고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만 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헌재의 사건 처리 지연을 지적하면서 질타를 쏟아냈다. 여야 모두 헌법소송의 최고기관인 헌재에서 심리·선고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헌재소장 후보자의 인준 절차를 미루면서 국회가 오히려 헌재의 신속한 재판을 방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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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관계자는 "공석 사태는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 및 독립성 확보에 심각한 훼손이 된다"라며 "헌법이 온전하게 작동하려면, 공석 사태나 권한대행 체제가 길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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