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슈링크플레이션은 누구의 꼼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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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던 식당에 반찬 가짓수나 음식 재료가 줄어든 것을 눈치채면 우리는 보통 발길을 끊는다. 그 식당 아니어도 점심 해결할 곳은 많기 때문이다. 식당 주인도 이를 모르는 바 아니어서, 가격을 올리는 일이나 재료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결정을 신중하게 한다. 대단한 이야기도 아니고 시장이 돌아가는 당연한 이치다.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용량을 줄이거나(슈링크플레이션)나 품질을 낮춰(스킴플레이션) 간접적 가격 인상 효과를 내는 상술에 소비자들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하고, 그런 기업을 비판하는 목소리, 모두 이해할 수 있다. 주로 식품업체들의 이런 행태가 최근 도마 위에 오르면서 경제부총리까지 나서 “정직한 판매행위가 아니다”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소비자 분노가 기업으로 향하도록 제대로 유도한 셈이다.

용량이나 품질에 변동이 있음을 투명하게 공개했다면 좋았겠지만, 상도의에 어긋난다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이 사달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원가 상승이며 여기에 기업이 잘못한 것은 없다. 변칙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속이지 않고 떳떳하게 값을 올릴 수 있다면야 좋겠으나 정부가 ‘빵 사무관’, ‘우유 서기관’ 정해놓고 매의 눈으로 지켜보니 다른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물론 물가가 크게 오른 게 모두 정부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러나 물가 관리의 1차적 책임은 통화정책을 다루는 정부에 있다. 그래서 작금의 논란은 정부의 통화정책 실패 혹은 인위적 시장개입의 부작용 때문이라 해석하는 게 합리적이다. 우리는 슈링크플레이션을 바라보며 ‘기업의 꼼수’를 떠올리기에 앞서, 민심이 악화하는 조짐 속에서 기업에 책임을 돌리고 비난의 화살을 피해 보자는 ‘정부의 꼼수’도 지적해야 마땅하다.

9%를 넘나들던 물가상승률이 최근 3.2%로 안정된 미국에서 ‘햄버거 장관’이나 ‘감자튀김 차관’을 뒀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여러 고통이 따름에도 강력한 긴축 정책을 힘 있게 밀고 나가 통화량을 적절히 관리한 결과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 역시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물가가 잡히지 않고 있으니 추가 대책 마련은 정부 몫이다.


그렇다고 기업의 꼼수 마케팅을 그대로 두자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그래서 언론이, 시민단체가 있다고. 어떤 기업이 봉지 속 핫도그 하나를 슬쩍 뺐다면, 우리 ‘핫도그 기자’가 찾아내 소비자들에게 알려드리겠다. 참치통조림이 10g 가벼워졌는지, 오렌지 과즙 함량은 그대로인지 공무원들이 마트를 돌아다니며 체크할 시간은 통화정책 고민에 쓰이는 게 더 효과적이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해도, 이 같은 편법 마케팅은 물가 지표를 왜곡해 정부 정책 실패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자제도 촉구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개당 가격이 아닌 단위 용량을 기초로 하므로 슈링크플레이션은 물가 지표에 반영되지만, 스킴플레이션까지 잡아내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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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시장에서 기업은 정부가 아닌 소비자 눈치를 봐야 한다. 기업들이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마케팅 전략을 새로 짜는 현실은, 권력과 자본이 야합하는 정경유착과 본질적으로 같으며 동일한 시장 왜곡을 가져온다.


신범수 편집국장 겸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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