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과 연설 내용은 이전과 달라졌다는 평을 받았다. 본회의장에 들어선 윤 대통령은 단상까지 가면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일부 의원들이 고개를 돌리며 외면해도 윤 대통령은 계속 손을 내밀었다. 연설에서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거나 야당을 공격하는 내용은 없었다. 초안에 있던 그런 내용을 윤 대통령이 들어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끝내고 국회 상임위원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오찬을 함께 했다. 간담회를 마치면서는 "저도 아직은 기억력이 좀 있기 때문에 하나도 잊지 않고 머릿속에 담아 두겠다"며 경청의 자세를 보였다.
이날 보여준 윤 대통령의 모습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전과는 판이한 것이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야당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이재명 대표는 상대조차 하지 않으려 했고, 야당을 ‘공산 전체주의 세력’이라고 매도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단골 메뉴가 되다시피 했다. 그랬던 윤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가 몸을 낮추며 야당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국민의힘의 보궐 선거 참패 원인이 윤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소통 부재의 국정운영 방식에 있다는 지적, 그러니 윤 대통령이 달라져야 한다는 주문을 의식한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대통령의 이런 변화는 당연히 긍정적인 일이다. 아무리 국민의힘이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만들고 달라지겠다고 백번 외친들, 윤 대통령이 달라지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이기에 그러하다.
하지만 이날 윤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만으로 달라졌다는 평가를 하는 것은 성급하다. 중요한 것은 겉모습이나 말이 아니라 국정의 실질적 내용이기 때문이다. 정말 달라졌다는 평가가 가능하려면 국정의 본질과 관련된 내용들이 달라져야 한다. 많은 과제가 있지만 두 가지만 주문하고 싶다.
첫째, 편 가르기 진영정치를 폐기하고 통합의 리더십으로 전환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편 가르기 진영정치를 비판하며 들어선 것이 윤석열 정부였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또한 강성 보수 지지층만 의식한 분열의 정치에 갇혀버렸다. 그에 실망한 중도층은 대거 등을 돌렸고 그 결과가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정권 심판의 표심이었다.
둘째, 탕평의 인사 쇄신을 통해 윤 대통령이 달라졌음을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으로 하여금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자를 출마시키고도 이길 것으로 믿게 만들고,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라고 믿게 만든 주변 참모들이 누구인가를 국민들은 묻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 모두가 똑같은 이념의 집단의식에 갇혀 있으니 누구 하나 직언을 하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에 윤 대통령은 귀 기울여야 할 일이다. 이념적 동지를 찾는 인사가 아니라 진영을 넘어 미래를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인재들을 찾고 중용하는 인사를 할 때 비로소 윤 대통령이 달라졌음을 실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달라지겠다는 다짐을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직접 말하는 일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했다. 그런데 정작 국민들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얘기를 들은 지가 너무 오래되었기에 하는 말이다. ‘대통령이 달라졌어요’ 소리를 들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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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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