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복수를, 폭력은 폭력
대화에 나설 용기가 필요

황준호 국제1팀장

황준호 국제1팀장

AD
원본보기 아이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민간인 병원(알아흘리 아랍 병원)의 폭발로 500명가량이 사망했다.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학살’ ‘전쟁범죄’라며 반이스라엘 전선 구축에 나섰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급하게 찾은 뒤 "(이스라엘이) 아닌 다른 쪽의 소행 같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병원 폭격 소식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병원 주차장이 파괴됐고 사상자도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이 중동 전쟁으로 불붙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여론전이 가지는 의미는 작지 않다. 하지만 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정책과 핍박에 견디지 못하고 침공에 나섰다. 그들만의 독립전쟁이다. 문제는 기습 공격이었고 민간인을 공격했다는 점이다. 서방 언론들은 하마스가 침공 첫날 1000만명 정도인 이스라엘 국민 중 1200여명을 사살했다고 했다. 하마스는 어린이들까지 참수하는 참혹한 살육전을 벌였다. 핍박에 대항하는 항전의 명분은 사라지고 분노와 희생자만 남았다.


피의 복수를 다짐한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팔레스타인 쪽에서는 이스라엘 공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지난 19일까지 팔레스타인에서는 3700명이 사망했다. 양쪽을 합치면 5000명이 세상을 떠났다.

사상자가 끊임없이 보고되는 가운데, 국제 사회가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평화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한 휴전안이 지난 13일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에 올랐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 등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브라질 주도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안도 미국의 반대로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주유엔 미국대표부는 지원 촉구안이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을 언급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고 한다.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까지 찾아가 "(이스라엘이) 9·11 테러를 당한 미국이 범한 우를 되풀이하지 말아 달라"고 하거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했으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전쟁의 정당성은 없다. 누구의 공격인지 모를 총알에 맞아 숨진 국민들의 차디찬 시신만이 남았을 뿐이다. 전쟁에 있어 누가 옳고 그르냐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이로 인한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폭력은 더한 폭력을 부를 뿐이다. "(전쟁의 원인은) 온갖 분쟁을 촉발해온 근시안적, 극단주의적, 악의적, 공격적 민족주의"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AD

필요한 것은 대화에 나설 용기다. ‘전쟁은 정치의 연장에 불과하다’라고 전쟁의 본질에 대해 말한 프로이센 왕국의 군사전문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그의 저서 ‘전쟁론’을 통해 "전쟁은 욕심과 자만에서 탄생하며, 우리에게 남는 건 눈물, 고통, 피 등 비참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혹은 국제 사회가 주목해야 할 것은 포탄이 나는 전쟁터에 주저 앉은 아이들의 검게 말라붙은 눈시울이다.


황준호 국제1팀장 rephwa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