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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물 터진 온라인 신상폭로… 너도나도 "내 손으로 정의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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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물 터진 온라인 신상폭로… 너도나도 "내 손으로 정의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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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고속버스 민폐녀'란 제목의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됐다. 얼굴이 다 공개된 영상 속 여성은 등받이를 최대한 젖히고 누워서 "등받이를 조금만 세워 달라"는 버스 기사, 다른 승객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삽시간에 인터넷에 퍼진 이 게시물엔 "신상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얼굴을 공개해서 감사하다"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이 여성의 신상을 조사해서 처벌하라는 댓글도 있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고속버스 민폐녀'에 대한 영상 및 사진이 게재되고 신상을 조사하는 누리꾼이 생기고 있다.[사진=유튜브 캡처]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고속버스 민폐녀'에 대한 영상 및 사진이 게재되고 신상을 조사하는 누리꾼이 생기고 있다.[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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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상생활에서 주변에 피해를 끼치거나 몰상식한 행동을 한 사람에 대한 게시물이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고 온라인 속어로 '정의구현'이라고 불리는 '사적 제재'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무전취식, 일명 '먹튀(먹고 튄다)'다. 지난 2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순천 청암대 근처 식당 먹튀 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70대 노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삼겹살 5만원어치를 먹은 남성이 계산하지 않고 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노부부 아들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이 남성을 찾아달라고 온라인에 도움을 요청했다. 해당 글이 올라오자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결국 이 남성의 신상을 찾아내 폭로했다.

최근 교사에 대한 학부모 '갑질' 논란과 관련한 유사 사례도 있다. 지난 8월 유치원 교사에게 자신이 카이스트 출신이라며 막말을 퍼부은 여성의 신상이 온라인상에 공개됐다. 온라인 이용자들이 찾아낸 이 여성은 카이스트 학부 출신이 아니었고, 결국 자신이 카이스트를 나오지 않았다고 인정해야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이 고속버스에서 버스기사 등을 상대로 고성을 지른 여성의 신상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이 고속버스에서 버스기사 등을 상대로 고성을 지른 여성의 신상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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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신상공개 등 공권력을 대신한 사회적 처벌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자 일명 '유튜브 자경단'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 지난 8월 20대 남성 신모씨가 서울 압구정역 인근에서 약물에 취한 채 차량을 몰다가 20대 여성을 들이받은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의 여론의주목을 받은 것은 모 사설탐정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됐다. 이 유튜버가 게재한 신씨의 신상 공개 영상의 조회수는 444만회다. 이외 '부산 돌려차기 강간 및 살인미수 사건'의 가해자인 이모씨의 신상을 공개한 유튜브 영상은 681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수사·재판 등 사법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과 정의 실현에 대한 열망이 투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중이 기대하는 범법자 처벌과 실제 이뤄지는 처벌의 차이가 크면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생겨난다"며 "우리나라 대중이 이런 불신과 함께 사적 복수에서 생기는 쾌감을 느끼면서 이른바 '사적 처벌'에 열광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런 사적 처벌은 일부 유튜버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유튜브에 올라온 '고속버스 민폐녀' 영상은 모두 같은 장면을 여러 유튜버가 제목만 달리해 올렸는데 각각의 영상은 적게는 3만5000회에서 많게는 26만회의 조회수를 보였다. 1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올리는 유튜브 '쇼츠'에도 같은 영상 10여개가 올라왔는데, 게재한 계정은 모두 달랐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사적 제재는 마녀사냥식으로 악용될 수 있으며, 억울한 사람이 생겨도 피해 복구가 어렵다"며 "온라인을 통한 사적 처벌 유도는 유튜버 등의 금전적 목적도 있기 때문에 사실이 과장 왜곡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실태는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서 생긴 일인 만큼 이를 회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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