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밀반입…246만명 투약분
겨울엔 옷에, 여름엔 도마에 숨겨
3개국 조직 철저한 역할 분담
공항세관 직원 연루 가능성 수사
우리나라 역대 두 번째 규모인 74㎏의 필로폰을 밀반입한 범죄 조직이 경찰에 적발된 가운데, 한국과 말레이시아, 중국 마약상으로 이뤄진 ‘다국적 마약 조직’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한국 마약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 치밀하고 긴밀하게 협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한국, 말레이시아, 중국인으로 구성된 마약 밀반입 국제연합 조직원 26명을 범죄단체조직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 중 관리, 유통책 등 14명은 구속 상태로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들이 국내에 밀반입한 필로폰을 74㎏으로 파악했다. 이는 한 번에 약 246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시가로는 2200억원에 달한다. 경찰은 이 가운데 27.8㎏을 압수하고 시중에 흘러나간 필로폰을 추적하고 있다. 2018년 대만·일본·한국 조직이 연계해 국내에 필로폰 112㎏을 유통한 사건 이후 두 번째로 많은 밀반입량이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세 국가의 범죄 조직이 한국 마약 시장 개척을 위해 함께 움직였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조직 총책 ‘마이클’은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직접 제조한 필로폰을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국가로 넘겨 유통시키다가 지난 1월 성명불상의 한국 총책과 중국 총책 ‘루야’와 상호연계하기로 했다. 각 조직에서 총책은 직접 유통, 판매에 나서지 않고 조직원들을 지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경찰 관계자는 "신흥 마약 유통 조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말레이시아 조직이 국내에 발을 들이고 활동한 사례는 드물다"고 말했다.
이들은 역할을 분담하고 치밀하게 밀수를 준비했다. 말레이시아 조직은 필로폰을 한국에 밀반입하는 역할을 맡았다. 조직원들은 공항 통관에 걸리지 않기 위해 박스테이프 4개를 사용해 몸에 마약 4㎏씩을 부착하고 두꺼운 겨울 복장을 입어서 가리고 입국했다. 한국 조직은 국내 밀반입 루트를 확보해주고 필로폰을 운반·보관하는 역할을 맡았고, 받은 마약은 중국 조직에 전달해 유통·판매했다. 중국 조직은 조선족 위주의 하부 조직원에게 마약을 분산시켜 국내에 유통했다. 하부 조직원들은 위챗이나 텔레그램 등의 메신저를 통해 국내 소비자에게 마약을 판매한 뒤 속칭 ‘던지기 수법’을 통해 비대면 전달했다.
여름이 돼 두꺼운 옷으로 마약을 숨기고 공항을 빠져나오기 어려워지자 말레이시아 조직은 밀반입 수단을 바꿨다. 통관에 걸리지 않는 자칭 ‘특허’ 아이템인 나무 도마에 홈을 내고 그 안에 포장된 마약을 숨겨 국제화물로 위장했다. 이렇게 국내에 밀수한 마약은 말레이시아 조직이 거점을 마련해 직접 관리하며 한국 조직과 중국 조직에 분배해 유통했다. 말레이시아 총책은 후속 밀반입을 준비 중이었지만, 경찰이 조직원을 검거하면서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탑재 대기 중이던 100㎏의 국내 반입을 막을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 조직의 마약 유통 경로가 인편, 국제화물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조직이 항공 루트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은 지난 1월 말레이시아 조직원이 공항 보안검색대를 무난히 통과할 수 있게 도운 혐의로 인천공항세관 일부 직원에 대한 통신영장을 발부받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한국 조직 총책 등 아직 검거되지 않은 조직원을 추적 중이며, 다국적 조직이 밀반입한 물량 중 유통·판매를 위해 보관 중인 것으로 보이는 물량의 소재 파악도 계속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총책 검거를 위해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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