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 예산안 나몰라라 …학생인권조례로 파행하는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는 일정 정해졌지만
내년 시 예산 결산 과정은 올스톱
50조원이 넘는 서울시 예산을 심사하는 서울시의회가 예결특별위원회 위원장 선출과 학생인권조례 폐지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의원 간 고소까지 이어지며 여야의 갈등이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양당은 해결에 대한 입장도 팽팽한 상황이라 시의회 파행은 추석 명절 이후 상당 시간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예결위원장 선출에 협조하지 않는 것을 이유로 지난 18일 이후 의사 일정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승미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이 21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교육위 국민의힘 소속 의원 3명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소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사건은 지난 12일로 거슬러 간다. 이날 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이승미 교육위원장이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심의를 앞두고 정회를 선포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단상 위에서 이 위원장이 들고 있던 의사봉을 잡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후 15일 민주당 몫이었던 예결위원장 선출안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처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민주당은 의사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21일에는 이 위원장이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교육위 국민의힘 소속 의원 3명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 심사 등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양당은 전혀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일단 민주당은 이미 일정이 확정된 행정사무감사에는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행정사무감사는 11월 2일부터 15일까지 서울시청·서울시교육청과 소속 기관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 위원장은 "이미 행정사무감사는 일정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이 될 것"이라며 "행정사무감사는 시와 시교육청을 견제와 감시할 기회이기 때문에 유권자를 대신해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안이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올해 예산 47조 1905억을 통과시켰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의 경우 위원장 선임과 동시에 예산결산특위가 구성되어야 이뤄질 수 있다. 예결위가 구성되지 않으면 심사를 위한 의원들의 자료요구도 불가능해진다.
지방자치법(127조)에 따르면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회계연도 개시일(1월1일) 15일 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은 올해 12월 16일까지 처리되어야 한다. 이 기간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지난해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준예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서울시의회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맞추지 못한 경우는 몇차례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2021년 코로나19 확산과 '박원순 지우기' 논란으로 법정처리 시한을 넘긴 적이 있다. 다만 서울시 준예산 사태는 지금까지 한차례도 없었다. 성남시의 경우 올해 예산안 심사에서 '청년기본소득'을 놓고 여야가 갈등을 벌이다가, 준예산 체제를 겪은 뒤 올 1월 15일 예산안을 지각 처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예결위원장 선임이 우선이라는 반면 국민의힘은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민생법안이라며 이것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규호 서울시의회 민주당 대변인은 "학생인권조례는 현재도 여야가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와 예결위 구성은 별도의 문제이다. 동시에 살펴보겠지만, 예산안 심사가 눈앞에 있기 때문에 예결위 구성에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국민의힘 76석 민주당 35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예결위 위원들은 국민의힘 21석, 민주당 12석으로 이미 선임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단독으로 예결위원장을 선임하고 예결위를 구성해 예산 심사에 나설 수 있다. '서울특별시의회 기본 조례'에 따르면 상임위 위원장은 무기명 투표로 선거하되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득표로 선임된다. 하지만 이 경우 여야의 극한 대립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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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도 강경한 입장이다. 김종길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변인은 "고소까지 주고받은 상황에서, 이제 우리가 대화를 요구할 그런 입장은 아니다"라며 "민생 현안인 학생인권조례부터 정리하고, 예결위를 구성하는 것이 누가 보더라도 순리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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