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의사 93%가 반대…계도기간 부여해야"
대한의사협회 긴급 기자회견
55.7%는 수술실 폐쇄 의향도
"설치·운영기준 모호…의료 현장 혼선"
현직 의사의 93.2%는 수술실 폐쇄회로 TV(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는 CCTV 운영을 위한 충분한 계도기간을 둘 것과 운영비용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수술실 CCTV 의무화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의협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임지연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이필수 회장, 이정근 상근부회장, 이성필 의무이사. (왼쪽부터) [사진제공=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수술실 CCTV 의무화 관련 회원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의협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지난 8일부터 18일까지 열흘 동안 온라인으로 시행됐다. 설문조사에는 1267명의 의협 회원이 참가했다. 앞서 의협은 2021년 7월에도 의료법 개정안의 법안심사소위 재논의를 앞두고 같은 내용의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CCTV 의무화법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2021년 조사 대비 3.2%포인트 증가한 93.2%로 나타났다. 당시 조사에서는 90%의 회원이 설치 의무화법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무화 반대 이유로는 ▲의료진의 근로감시 등 인권침해(51.9%·이하 중복응답 포함) ▲의료인에 대한 잠재적 범죄자 인식(49.2%) ▲진료위축 및 소극적 진료 야기(44.5%) ▲불필요한 소송 및 의료분쟁 가능성(42.4%) 등이 꼽혔다.
CCTV 설치 의무화가 중소형 병원 중심으로 수술실을 닫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의협은 주장했다. 중소형 병원은 상급종합병원에 비해 CCTV 설치 및 유지보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운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의협이 회원들을 상대로 '당신이 원장이라면 CCTV 설치 의무화 시 수술실을 폐쇄할 의향이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 55.7%가 폐쇄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CCTV 설치 및 운영기준의 모호함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당장 오늘부터 의무화가 시행되지만, 각종 기준이 모호해 의료 현장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 보건복지부에서 CCTV 설치 및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일선 지자체와 보건소로 내려오면서 기준이 불명확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우려 사항을 묻는 질문에서도 의사들은 ▲설치·운영 기준 모호함으로 인한 의료법 위반(75.5%·이하 중복응답 포함) ▲안전관리조치 모호함으로 인한 의료법 위반(62.0%) 등을 제시했다.
CCTV 설치 의무화의 대안으로는 대리수술의 처벌 강화(64.0%)가 제시됐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공론화되고 발의된 계기 역시 일부 병원에서 대리수술 사례가 적발되면서였다. 이 밖에도 ▲수술실 입구 CCTV 설치(39.8%) ▲대리수술 방지 동의서 의무화(39.2%) 등의 응답이 나왔다.
CCTV 의무화 관련 후속 조치가 늦어진 만큼 충분한 계도기간 부여가 필요하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의협은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제도의 시행 초기에 발생하는 혼란 상황에 대해서는 엄격한 벌칙 조항 적용을 지양해야 한다"며 "충분한 계도 기간을 부여해줄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했다.
아울러 CCTV 설치 비용에 더해 유지보수 비용까지 정부가 일부 보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및 지자체가 병원의 CCTV 설치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당국은 설치 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있지만, 종합병원급 이상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마저도 유지보수 비용에 대해서는 지원이 없다. 의협 관계자는 "설치비용 못지않게 향후 상당한 비용 소요가 수반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지보수 비용에 대해서도 정부와 국회가 나서 예산 반영 및 집행이 신속히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과거에는 필수의료과 의사들이 성공 난이도가 낮은 수술을 위험을 감당하면서도 했는데, CCTV가 설치되면 누가 성심성의껏 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환자들에게 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부터 개정된 의료법이 시행됐다. 개정 의료법에서 CCTV의 설치 및 운영에 대한 내용이 추가됨에 따라 모든 병원은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 시,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이 있다면 수술 장면을 녹화해야 한다. 여기서 '의식이 없는 상태'란 환자에게 전신마취나 수면마취를 시행해 수술하는 동안 환자가 상황을 인지 또는 기억하지 못하거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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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촬영된 영상은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자료를 요청한 경우 ▲환자와 의료진 등 수술 주체가 모두 동의할 경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의료분쟁의 조정 또는 중재를 위해 자료를 요청한 경우 등에 한해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의료진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긴급 수술이나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하는 경우, 전공의 수련 목적에 방해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는 의료인이 녹화를 거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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