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전쟁]②고금리에 경기악화…출혈경쟁·건전성 우려도
"거래하던 한 중소기업 사장에게 모 은행이 제시했다는 금리 수준을 들었을 때는 '블러핑(bluffing·허풍)'인 줄 알았죠. 말도 안 되게 낮은 금리를 제시했단 겁니다. 하지만 여러 기업 대표들로부터 같은 문의 전화가 걸려 오니 경쟁이 본격화됐단 실감이 납니다."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기업대출 확대에 나서면서 은행 간 '출혈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급격한 대출 확대는 시차를 두고 연체율이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단 지적이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년 동월 대비 0.17%포인트 상승한 0.41%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2020년 1월 말(0.51%) 대비론 낮은 수준이지만,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해 6월 말(0.20%) 대비론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항목별로 보면 대기업 연체율은 0.02%포인트 축소된 0.12%였으나, 중소기업 연체율은 0.22%포인트 확대된 0.49%에 달했다. 특히 중소법인은 0.17%포인트 늘어난 0.51%, 개인사업자는 0.28%포인트 확대된 0.45%에 달했다.
이런 기업대출 연체율은 과거 대비 높은 수준은 아니나, 지난해 6월 역대 최저치(0.20%)를 기록한 이래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마무리되고, 세계 각국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눌렸던 연체율이 원상복귀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선 이런 와중에 각 은행이 기업대출 전쟁에 속속 참전하면서 잠재 부실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성장 부진으로 기업대출 확대 흐름이 나타나는 것은 늘상 있었던 일"이라며 "하지만 이는 아랫돌을 빼 윗돌을 막는 격으로, 급격한 대출자산 확대는 2~3년의 시차를 두고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져 부담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은행 간 출혈경쟁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5~7월 취급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5.49%~6.57%로 지난해 12월~올해 2월(5.58%~6.83%) 대비 하락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자금 조달비용이 고만고만한 상황에서 가격경쟁이 벌어진다면 마진을 축소하는 수밖에 방법이 더 있겠느냐"면서 "이를 수신 유치나 부수 사업으로 벌충한다지만 결국엔 윗돌을 빼 아랫돌을 막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일선 은행 한 관계자도 "주거래 은행과 끈끈한 관계와 인연을 중시했던 이전과 달리 최근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단 0.01%포인트의 금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최근과 같이 고금리, 경기침체로 한 푼의 이자비용이라도 아껴야 하는 기업으로선 현재의 흐름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각 은행에 있어 기업대출 축소는 곧 해당 기업에서의 예금·퇴직연금 등 수신이탈로 이어진다는 점이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 대출이 이탈하면서 연간 목표 달성도 힘들어지고 있는데, 수신까지 빠져나가면서 핵심성과지표(KPI) 달성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면서 "기존 고객을 붙잡아 두면서 새 차주를 발굴해야 하는 이중고로 현장에서 뛰는 기업금융전담역(RM)들의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업계선 당장 이같은 경쟁이 은행 건전성에 심각한 위협을 주진 않겠으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중은행 한 고위관계자는 "가격경쟁으로 순이자마진(NIM) 하락과 수익성 악화가 나타나겠으나, 각기 부수 업무 등을 통해 이를 보완하고 있는 만큼 (산업 전반적으로) 역마진이 나거나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장기·우량고객을 유지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뱅도 기업대출 문 두드려…아직은 한계
한편 시중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경우 개인사업자 대출을 통해 기업대출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을 활발히 출시하면서 기업 여신 잔액도 증가하는 추세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2조8912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5651억원) 대비 412%(2조3261억원)가 증가했다. 선제적으로 '사장님 대출'을 선보인 토스뱅크의 경우 기업대출 여신 잔액이 지난해 6월 5509억원에서 올해 6월 1조8196억원으로 성장해 3사 중에 가장 규모가 컸다.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는 낮은 금리로 승부수를 띄웠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균 금리(5월~7월 신규취급액 기준)는 5.99%로 케이뱅크(6.44%)·토스뱅크(7.81%)와 비교하면 가장 낮다. 케이뱅크도 최근 대출 중개 플랫폼인 '핀다'에 입점하는 등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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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시중은행처럼 기업대출을 키우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가계대출을 관리하고 나서면서 개인사업자 대출에 더 힘을 쏟겠지만,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중저신용대출처럼 리스크가 있는 분야다 보니 적극적으로 확대하기도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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