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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요일日문화]일본도 "밥 뭇나" 합니다…16가지 사투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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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 따라 다른 특징…인기 1위는 '간사이벤'

"밥 뭇나?"


저는 경상도 출신 어머니께 매번 정겨운 사투리로 안부 전화를 받는데요. 여기에 저는 유년 시절을 제주도에서 보내 친구들과 약속 다음 날엔 "잘 들어간? 오젠허난 속았져(잘 들어갔니? 오느라 고생했다)"고 말하는, 나름의 3개 국어(표준어·경상도 사투리·제주 방언) 가능자랍니다.

예전 오키나와 공항에 써있던 '오키나와에 어서오세요'라는 환영 메시지. '어서오세요(이랏샤이마세)'를 류큐방언 '멘소레'로 표기했다.(사진출처=오키나와 다이브)

예전 오키나와 공항에 써있던 '오키나와에 어서오세요'라는 환영 메시지. '어서오세요(이랏샤이마세)'를 류큐방언 '멘소레'로 표기했다.(사진출처=오키나와 다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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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도 이처럼 지역에 따라 사투리와 방언이 존재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잘 알려진 간사이벤 뿐만 아니라 제주방언처럼 표준어와는 제법 다른 방언도 있답니다. 오늘은 일본의 사투리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일본도 방언과 사투리를 부르는 단어가 있습니다. 방언은 한자 그대로 '方言'이라 쓰고 호겐이라고 읽습니다. 사투리는 보통 억양을 뜻하는 '나마리(訛り)'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들어본 '간사이벤', '하카타벤' 등의 '벤(弁)'은 무슨 뜻일까요? 벤은 지역의 방언을 부를 때 쓰는 말로, 방언보다 지엽적인 의미입니다. 우리로 따지면 같은 경상도에서도 부산 사투리와 대구 사투리를 구분하는 느낌이네요. 일본에서 워낙 간사이 사투리가 유명해 '간사이벤'으로 통칭하고 있지만, 간사이 방언 중 오사카벤, 교토벤 등으로 명시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라고 합니다.

우리도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등 지역별 사투리가 각각 다르죠. 일본도 1953년 방언을 지역에 따라 16개로 구분했습니다.


가장 크게는 먼저 본토 방언, 그리고 지금의 오키나와 지역인 류큐 방언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요. 오키나와의 본류였던 류큐 왕국은 일본에 속하지 않은 독립왕국으로 오랜 시간을 지속했기 때문에, 언어 등이 사뭇 다르기 때문입니다.



본토 방언의 경우 홋카이도부터 시작해 도호쿠, 간토, 히가시간토 등을 포함하는 동일본 방언과 주고쿠, 긴키 지방의 서일본 방언 등으로 나뉩니다. 말도 조금씩 다른데요.


가령 후쿠오카 서부, 나가사키, 구마모토, 오이타현 등에서 사용되는 히치쿠사투리는 형용사가 달라집니다. 일본에서는 형용사가 보통 '이(い)'로 끝나는데, 히치쿠사투리는 이것을 '카(か)'로 바꿔 부르는데요. 좋다는 뜻의 '요이(良い)'를 '요까(良か)'라고 부르는 것이 예시라고 하네요.


후쿠오카 지역의 교통카드 이름이 '하야카켄'인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빠르다는 뜻의 '하야이(早い)'를 '하야카(早か)'라는 사투리로 바꾼 것인데요. 그래서 '빠른 (승차)권'이라는 뜻이 됩니다. 지역의 사투리를 살린 카드 이름이라니 재미있죠.


후쿠오카의 교통카드 '하야카켄'.(사진출처=후쿠오카 지하철 홈페이지)

후쿠오카의 교통카드 '하야카켄'.(사진출처=후쿠오카 지하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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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투리는 하카타벤인데요. 일본에서 제일 귀여운 사투리로 꼽힙니다. 하카타벤은 특히 의문문 끝에 '또(と)'를 붙이거나 말끝을 '켄(けん)'으로 끝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맛있어? (오이시이)"라는 문장도 "오이시이또?"라고 물어보기 때문에 실제로 들으니 어딘가 귀엽기도 하고 둥글둥글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후쿠오카가 속한 규슈는 한반도와 가까워 예로부터 한국인의 왕래가 잦았고, 그래서 조선 시대에 일본어를 하는 역관들이 규슈 지역 억양을 자주 보였다고 합니다. 찾아보니 실제로 이 지역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은 "억양이 어딘가 한국어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라는 이야기도 하네요.


그렇다면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투리는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관서 지방의 간사이벤입니다. 말끝이 '~넹(ねん)'. '~헨(へん)', '~나(な)'로 끝나는 게 특징이고, 표현이 직설적이라 유쾌하죠. '오사카에서 손가락으로 총 쏘면 다들 맞고 쓰러진다더라' 등 재미있는 일화 덕분에 간사이벤을 쓰는 사람들은 '재미있다', '호탕하다' 등의 인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알아듣기 힘든 사투리는 무엇일까요? 의외로 오키나와가 아니라 아오모리현의 쓰가루벤이라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제주 방언을 쓰는 할머니 영상에 '영어인 줄 알았다'라는 반응이 나왔듯, 일본 현지인들도 '프랑스어인 줄 알았다'고 말해 화제가 됐습니다. 일본 방송에서도 쓰가루벤을 쓰는 사람이 나오면 아래 표준어 자막이 나오곤 하는데요. 가령 밥이 맛있으니 더 먹으라는 대화는 표준어로 이렇습니다.


일본 방송에서 쓰가루벤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모습.(사진출처=秘密のケンミンSHOW極 채널)

일본 방송에서 쓰가루벤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모습.(사진출처=秘密のケンミンSHOW極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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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맛있다 (오이시이·美味しい)

B: 그렇지? 더 먹어 (소우데쇼, 못또 타베떼·そうでしょ、もっと食べて)


이 대화는 쓰가루벤으로


A: 메쟈(めじゃ)

B: 응당즈, 못도케(んだんず、もっとけ)


가 됩니다. 표준어랑 완전히 다르게 들리죠.


다만 어려운 사투리들은 점차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기도 합니다. 하치죠섬 사투리나 가고시마현 사투리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소멸 위기 언어입니다.


사실 제주 토착 방언 제주어도 유네스코가 지정한 소멸 위기 언어인데요. 거의 어르신만 사용하고, 젊은 세대는 억양 정도만 따라 하는 수준으로 남고 있죠.


오늘은 일본에도 존재하는 지역 사투리를 알아보았는데요.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문화와 역사를 전승하는 역할로 쓰이는 만큼, 한국이나 일본이나 지역 향토 언어 보존에 힘을 써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껴지네요.


저도 그러면 오늘은 제주 방언으로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폭삭 속았수다(고생하셨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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